[조성준의 와이드엔터] 큰 기대 없는 KBS2 주말극, 그래도 이것만은…

입력
2019.02.16 10:19
수정
2019.02.16 17:44
KBS2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의 주요 출연진. KBS 제공
KBS2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의 주요 출연진. KBS 제공

사진으로 보시다시피 극중 주요 캐릭터들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다. 그런데 따져봤다. 절반 이상인여성 캐릭터들 가운데 정상적인(?) 이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아무리 너그럽게 봐 줘도 2명 이상은 넘어가지 않을 듯 싶다. 바로 인기리에 방영중인 KBS2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을 두고 하는 얘기다.

이 드라마에서 빚어지는 갈등의 출발점은 대부분 여성 캐릭터들이다. 주인공 ‘수일’(최수종)의 감옥살이로 인한 가족 해체로부터 시작됐지만, 크고 작은 문제를 끊임없이 일으키는 쪽은 나이 불문 철없고 이기적이며 가끔씩 치매 증세가 도지는 여성들인 반면 남성들은 사려깊고 따뜻하게 수습하기 바쁘다.

이 같은 여성 캐릭터들의 나열이 ‘하나뿐인 내편’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 채널에 오래 머무르며 유독 충성심 강한 고연령대 시청자들을 단골로 붙잡아두고 있는 KBS2 주말드라마 전작들 다수가 그랬다.

물론 그 중에는 ‘최고다 이순신’ ‘참 좋은 시절’ ‘아이가 다섯’ 등처럼 주말드라마 치고는 비교적 참신한 이야기 얼개와 캐릭터 설정으로 칭찬받은 작품들도 간혹 있었다. 그러나 KBS2 주말드라마 성공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시청률 40% 고지를 밟지 못하고 30%대에 머물러 간신히 기본만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야기가 낡디 낡은 신파조라고, 등장인물 구성이 요즘 세상과 동떨어졌다고 괜히 트집잡는 게 아니다. 타깃으로 삼은 시청자의 취향에 맞도록 작품을 만들고 끌어가는 건 방송사와 제작진이 가장 기초적으로 할 일이다. 시대 흐름에 조금은 맞지 않아도 주말 저녁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보수적인 성향을 어느 정도 의식하고 따라가야 한다. 퇴행적이라며 일방적으로 나무랄 순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여성이든 남성이든 어느 한 쪽에 대한 편견을 유도하는 줄거리 전개로 시청률 올리기에만 매달리는 모양새는 올바르지 못할 뿐더러 매우 자극적이고 위험하다. ‘여혐’ ‘남혐’으로 시끄러운 우리 사회 일부의 분위기를 꼭 거론하지 않더라도, 아무 생각없이 습관처럼 주말드라마를 보는 평범한 시청자들마저 ‘그나저나 왜 저 집의 사고뭉치들은 전부 여자들이야?’란 의문을 품게 만든다면 이건 정말 문제다.

주말 저녁 시간대 지상파 드라마를 상대로, 그것도 변화를 수용하기 어려운 형편의 KBS2 주말드라마가 180도 바뀌길 요구한다는 건 세상 물정 모르는 외침일 수 있다. 조금 냉소적으로 접근하면, 제작진의 피치 못할 속사정을 이해하고 기대치가 아예 높지 않으므로 크게 바라는 것 역시 없다는 얘기다.

다만 ‘하나뿐인 내편’처럼 실소가 터져나올 만큼의 극단적인 캐릭터 구성은 최소한 피해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다른 이유 모두 제쳐두고라도 실제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솔직히 웬만해선 남자가 문제이고 사고뭉치일 때가 더 많지 않나?

조성준 기자 when914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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