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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너’는 현상부터 근원까지 이야깃거리를 몽땅 끄집어 내고 싶은 한국일보의 멀티 플랫폼 스토리텔링 콘텐츠입니다. 텍스트, 비디오, 데이터 등등. 가능한 모든 도구로 사람과 사회, 역사와 현상을 연결지어 보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2주에 한 번, 일요일 오전에 찾아 뵐게요.
이사철 분노유발 ① 공정위의 실질적 조치는 ‘0’
◇공정위의 ‘엄포’, 그리고 10년

2009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 브리핑 룸.

"부동산 정보시장을 교란시키고 소비자 불만을 야기해온 인터넷 부동산 허위매물에 대해 시정 조치한 최초의 사례이며, 향후 지속적인 감시를 통해 법 위반 사항 적발 시 엄중 조치할 계획입니다."

마이크를 잡은 당시 공정위 소비자정보과장은 근엄한 목소리로 준비된 자료를 읽어 나갔습니다. 허위매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해 18개 공인중개사업자 및 8개 부동산 포털사이트에 시정명령을 내리는 등 처음으로 책임을 물었다고 밝힙니다. 강력한 후속 조치가 있을 거란 경고도 잊지 않았습니다.

10년 후인 2019년 2월. 대학생 A씨는 서울 관악구의 한 원룸촌을 찾았습니다. 모바일 앱에 매물로 게시된 ‘방’을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A씨가 모바일 부동산 앱에서 확인한 원룸 매물과 실제 모습

A씨의 질문. “앱에는 1층으로 돼 있는데 1층이 아닌데요? 창문으로 누가 들어올 수도 있어서 위험해 보여요.” (확인 결과 해당 원룸은 등기 상 지하 1층이었고 창문으로는 건물 앞에 주차된 차량의 바퀴가 보였습니다.)

공인중개사 B씨의 답. “(창문을 반 뼘 가량 열어 보이며) 이만큼만 열면 되잖아요.”

지하인 줄 모르고 찾아갔던 첫 번째 방의 ‘답사’를 마치자 1시간 30분 가까이 B씨가 확보한 다른 부동산 매물 ‘투어’가 시작됐습니다. “그만 보고 싶다”는 말을 어렵사리 꺼냈을 때 B씨는 “다른 중개사 수고롭게 하지 말고 매물은 거기서 거기니 본 방 중에 고르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투어를 끝냈습니다. 처음 찾아갔던 방이 왜 지하가 아닌 1층으로 기재돼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허위 부동산 매물에 대한 엄중한 경고가 시작된 지 10년. 그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걸까요.

오늘 ‘오리지너’는 새학기를 앞둔 대학생, 본격 시험 준비에 돌입하려는 취업준비생, 출퇴근 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여 보고 싶은 직장인,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려는 가족을 비롯해 1, 2년마다 계약서를 쓰며 메뚜기처럼 떠돌아야 하는 사람들이 이사철에 한 번쯤 겪어 봤을 법한 온라인 부동산 허위매물 문제를 짚어보려 합니다. 한 번이라도 허위매물에 속아 본들이라면 가져봤을 법한 ‘왜 근절되지 않는지’에 대한 궁금증의 끝을 찾아 봤습니다. 그 곳에는 거대한 진흙탕을 방치하고 있는 정부의 무대응이 있었습니다.

◇ ‘진흙탕’이 돼버린 온라인 부동산 시장

법률적 정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허위매물이란 버젓이 광고를 하지만 실재로는 존재하지 않는 매물이나 가격 및 구체적인 위치 등 실제 중요 정보와 광고가 다른 부동산을 말합니다. 많은 공인중개사들이 모바일 앱이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광고비를 지불하고 허위매물은 미끼 상품 역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A씨 사례처럼 광고를 통해 마음에 뒀던 매물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고객들을 현장으로 유인, 본인이 확보한 다른 매물을 계약하게 함으로써 보수를 챙기는 방식입니다.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의 종류가 워낙 많고 이들 전체를 관리하는 창구도 마련돼 있지 않아 허위매물의 현황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소비자 단체 등이 조사한 내용을 살펴보면 그 규모는 실로 엄청납니다.

[저작권 한국일보]

한국인터넷광고재단과 입법정책연구원은 지난해 8월 대표적인 인터넷 부동산 플랫폼인 ‘네이버 부동산’과 ‘다방’, ‘직방’, ‘한방’에 등록된 매물 200건(원룸ㆍ투룸 150개, 아파트 50개)을 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91개가 허위매물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방문 조사를 진행하기 전에 중개사에게 미리 전화까지 걸었지만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만 따져도 무려 47개였죠. 그 중 30개는 공교롭게도 “방문 직전에 거래가 완료됐다”는 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과장 광고가 있었던 44개 중에는 보증금이나 월세, 관리비가 광고보다 비싼 경우가 허다했고 지하철역 등 대중교통 접근성이 크게 차이를 보이는 곳도 많았습니다.

같은 기관에서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이용 경험자 500명을 상대로 지난해 11월 진행한 조사 결과에서는 58.8%(294명)의 답변자가 허위매물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정상 매물만을 살펴보는 게 더 어려운 셈이죠. 응답자의 77.2%는 공인중개사들 간의 과당경쟁을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해법으로는 정부에 의한 처벌 강화를 꼽는 이들이 67.4%로 가장 많았습니다.

[저작권 한국일보]

당연한 말이겠지만 온라인 부동산 허위매물 광고는 불법이며 이를 처벌할 법규도 이미 마련돼있습니다. ‘표시ㆍ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제3조는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거짓ㆍ과장의 표시ㆍ광고, 기만적인 표시ㆍ광고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공정위는 해당 광고를 중지하고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공포하게 하는 등의 시정 조치는 물론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사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도 가집니다.

◇5년간, 하나마나 한 경고 2회

그런데 왜일까요. 표시광고법의 소관 부처인 공정위는 2009년 3월 이후 무려 1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온라인 부동산 허위매물에 대한 실질적 조치를 사실상 취하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서는 모든 기업집단을 감시해야 하는 공정위가 허위매물까지 단속하기에는 인력 및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봅니다. 표시광고법을 적용한다 해도 모든 광고의 거짓ㆍ과장 여부를 살펴야 하는 공정위의 입장에서 부동산 허위매물까지 일일이 잡아내긴 어렵다는 논리입니다. 특히 원룸 월세 계약 등 상대적으로 거래 규모가 작은 허위매물의 광고까지 살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죠. 게다가 부동산 문제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와의 업무 경계가 애매하다는 점도 공정위가 적극 나서기 어려운 요소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부동산 허위매물을 상습적ㆍ악질적으로 게시한 사업자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경우는 어떨까요. 정확한 규모도 알기 어려운 허위매물 게시 현황을 일일이 살펴보긴 어렵다고 해도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불법을 저지른 사업자가 누군지 알 수 있다면 처벌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겠습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마저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리지너와 공정위 담당자 간의 통화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오리지너= “2009년 3월 이후 허위매물에 대한 제재는 단 한 차례도 없었나요?”

공정위 담당자= “아닙니다. 최근 5년간 2개 업소에 대해 경고 조치를 한 바 있습니다.”

오리지너= “표시광고법이나 그 시행령에는 경고 조치란 게 없는데 뭘 말씀하시는 건가요?”

공정위 담당자= “공정위 재량에 해당하는 자체 규칙상의 경고입니다.”

오리지너= “경고 조치를 받으면 어떤 불이익이 가나요? 처벌이나 강제적인 조치라든가.”

공정위 담당자= “별도의 처벌은 없습니다. 앞으로 하지 말라는 취지 입니다. 과거 법 위반 횟수나 벌점 등을 종합해서 처분을 내릴 때 반영합니다.”

오리지너= “5년간 2군데라면, 사실상 허위매물 중개 사업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도 없는 것 아닌가요? 경고 조치 받았다고 다음에 가중 처벌을 받을 확률은 없어 보입니다.”

공정위 담당자= “그 부분은 사실…. (허위매물) 신고 사례가 많지는 않은 걸로 압니다.”

오리지너= “공정위가 심의한 민간기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2012년부터 정기적으로 상습적, 악질적 온라인 부동산 허위매물 중개업체의 명단을 공정위에 제공하고 있는데 왜 아무런 처벌을 하지 않는 건가요?”

(KISO에 따르면 고객들로부터 접수된 허위매물 신고 건수는 2015년 2만7,000여건에서 2018년 11만6,000여건으로 급증합니다. KISO는 자율 규약에 따라 지난해 총 4,000여개의 중개업체에 7일 혹은 14일 매물 게시 금지 등의 벌칙을 부과하고, 정도가 심한 91개 업소의 명단을 공정위에 제출했습니다.)

공정위 담당자= “잘 아시겠지만 KISO를 통해 적극 자율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사건은 위반 정도가 경미해서 경고 조치를 받은 것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오리지너= “2009년 3월 시정조치 했던 경우와 비교했을 때 현재 상황이 더 나빠진 것으로 보이는데 처벌 기준이 바뀐 건가요?’

공정위 담당자= “기준이 바뀌진 않았습니다. 위법성 판단 기준은 기만성, 거짓성, 오인성, 공정거래 저해성 등인데 2009년 3월에는 위반 정도가 중대했기 때문에 한 것으로 보이고 그 후 일부 경고 조치만 있었다면 (위법 사안이) 중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저작권 한국일보]

KISO가 악질 중개사에 가장 강한 페널티인 1년간 매물 게시 금지 조치를 내리려면 공정위의 시정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KISO에 따르면 활동을 시작한 2012년부터 단 한 번도 시정 조치는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공정위는 허위 매물로 인한 고객들의 고통을 잘 모르는 걸까요. 물론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비롯해 정말 규모가 큰 사건도 모두 담당하는 공정위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고객들의 불편은 정말 경미한 사안에 불과한 것일까요.☞‘이사철 분노유발’ ②온라인 부동산 허위매물의 최대 피해자는?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김창선 PD changsun91@hankookilbo.com

자료조사 박서영 solucky@hankookilbo.com

이현경 인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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