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망언’ 이종명은 확신범, 김진태·김순례는 표 노린듯

입력
2019.02.16 10: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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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부 카톡방담] 5·18 망언 쏟아낸 한국당 공청회 파문 

지만원씨가 13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서울시당 사무실 앞에서 '김진태 의원에 대한 윤리위 제소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뉴스1
지만원씨가 13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서울시당 사무실 앞에서 '김진태 의원에 대한 윤리위 제소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뉴스1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5·18민주화운동을 ‘광주폭동’으로, 당시 희생자들을 ‘종북좌파가 만든 괴물집단’으로 매도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다른 곳도 아닌 국회에서 벌어진 일이라 논란이 더 컸다. 극우단체와 행사를 함께 주최한 한국당 의원들이 연사로 초청한 사람은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했다’고 주장해 온 지만원씨였다. 극우인사를 국회에까지 끌어들여 광주 희생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조롱한 이번 사태를 평가하기 위해 본보 국회팀과 청와대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지만원의 북한군 개입설, 조갑제도 인정 안 해 

광화문 불나방(불나방)=지씨의 주장은 구체적으로 뭐고, 이에 대한 한국당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꺼진 불도 다시 보자(꺼진 불도)=지씨는 5ㆍ18민주화운동이 북한군 소행이라고 주장해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죠. 육군 대령 출신 이종명 의원은 이런 지씨를 ‘5ㆍ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으로 추천했습니다. 이 의원이 ‘5ㆍ18망언’ 파문이 커진 현재도 비슷한 주장을 계속하는 걸 보면, “이 의원은 확신범”이라는 평가가 나와요. 정치적 계산이 없는 본인 소신이란 거죠. 반면 2ㆍ27 전당대회 당 대표로 출마한 김진태 의원과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순례 의원은 소신이라기보단 극우당원의 표를 얻기 위한 성격이 크다고 봐요.

국회 둔치주차장 E구역(E구역)=지씨 주장은 “5ㆍ18은 북한 특수군 600여명이 침투해 일으킨 게릴라전”이란 거예요. 20년 넘게 5ㆍ18을 연구했고 자기 저서에 북한군 개입의 과학적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사법부나 국가기관에서 인정 받은 적이 없죠. 극우 보수논객인 조갑제씨도 북한군 개입설은 받아들이지 않죠. 지씨는 ‘극우 끝판왕’이랄까요. ‘그릇된 주장이라도 검증 무대에서 부딪히게 해 자연도태 되도록 하면 되지 않냐’는 반박도 있을 테지만, 지씨는 예외인 듯, 통하질 않습니다.

불나방=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망언 3인방’ 의원 중 이 의원만 제명당했는데 공정한 조치인가요.

E구역=한국당이 위기 모면을 위해 제일 센 수위인 제명 결정을 적어도 1명한테는 내려야 했을 테죠. 그 1명은 ‘망언 공청회’의 공동주최자면서 막말도 뱉은 이 의원이 됐죠. 이와 함께 김진태ㆍ김순례 의원이 당 대표ㆍ최고위원 후보로 각각 등록한 날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당 중앙윤리위에 회부해 징계가 유보된 상황은 여러모로 아쉬운 판단이었습니다. 태극기부대를 팬으로 둔 김진태 의원을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명하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아니면 전대 흥행을 더 중시했거나요. 27일 전대까지 시간을 벌면 북미 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에 이번 사건이 묻힐 거라 여겼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번 사안이 출당까지 시킬 만한 것인지 의문을 표하는 당내 기류도 있어요. 사상의 ‘자유 시장’ 논리로요.

[저작권 한국일보]자유한국당 5.18민주화운동 폄하 논란 일지 / 박구원 기자/2019-02-15(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자유한국당 5.18민주화운동 폄하 논란 일지 / 박구원 기자/2019-02-15(한국일보)

 ◇‘전대출마자는 징계유예’ 찾아낸 실무진 상 받았을 듯 

꺼진 불도=한국당 지도부도 할 말은 있는 거 같아요. ‘전대 출마한 후보자는 징계를 할 수 없다’는 당규가 있으니까요. 김진태 의원은 13일 오후 6시 30분 기자회견을 열어 당규 제7조에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는 윤리위 회부 및 징계의 유예를 받는다”는 규정을 대며 후보 등록을 한 자신을 징계할 수 없다고 했죠. 실제로 김 의원이 징계 회부 방침을 밝힌 김병준 비대위원장 기자회견 20분 전인 12일 오전 10시 40분에 후보 등록을 한 것이 확인되면서 징계를 하기가 어려워진 거죠. 아마 저 규정을 귀신같이 찾아낸 김진태 의원실 보좌관은 상을 받았을 것 같아요.

불나방=지씨가 “전두환은 영웅”이라고 한 대목에서 상식적인 여론 기류가 돌아섰다는 평가가 있었어요. 한국당은 과거의 부정적 유산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가요. 2ㆍ27전대에 미치는 영향이나 바닥 분위기는 어떤가요.

꺼진 불도=전대가 당내 선거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보수 당원들이 투표하기 때문에 일반국민 여론과 다르다는 거지요. 일각에선 김진태 의원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누르고 2위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있어요. 14일 충청권ㆍ호남권 첫 합동연설회에서 윤리위 회부 방침을 밝힌 김병준 위원장이 단상에 서자 야유가 터져 나온 걸 보면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대구ㆍ경북(TK)이 아닌 대전에서 열린 행사였는데 말이죠. 내년 총선에선 이번 사건이 악재로 작용할 게 분명해요. 호남표를 무시할 수 없는 차기 대선은 말할 것도 없고요.

불나방=젊은 기자들은 전두환 신군부 당시 벌어진 광주민주화운동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나요.

평생 낮술(낮술)=우선 대학 역사강의에서 광주민주화운동에 관련한 기록물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는데요. 군경이 시민에 총부리를 겨누고, 몽둥이로 두들겨 패거나,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가는 장면이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 있어요. 계엄군이 성폭력을 자행했다는 사실도 38년 만에 드러났죠. 감춰진 비극적 개인사가 얼마나 많을지는 짐작조차 하기 힘듭니다. 호남 지역이 정치권력과 경제개발에서 배제되거나, ‘빨갱이 음모론’ 등에 의해 사회적 조리돌림을 당해 왔는데요. 이런 저열한 감정을 조장하거나 방관하는 정치세력을 추방해야 사회가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여당은 손 안 대고 코 푼 격” 

불나방=손혜원 의원의 목포 땅투기 의혹, 서영교 의원의 재판청탁 의혹, 김경수 경남지사 법정구속에 이르기까지 여권발 악재가 쏟아져왔는데 현 여권은 상대의 헛발질로 정국 주도권을 회복한 건가요. 청와대 분위기는 어떤가요.

낮술=실제로 30%를 넘보던 한국당 지지율은 전대 컨벤션 효과에도 불구하고 20% 중반으로 내려앉았죠. 30% 초반까지 하락하던 민주당 지지율은 40%를 회복했습니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국민적 지탄을 받는 망언을 한 데다가 지도부마저 겉치레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며 여권 지지율이 결집하는 분위기인데요. 정국 주도권을 잃은 한국당의 2월 임시국회 복귀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어요.

올해는 뚜벅이=손 안 대고 코 푼 격이죠. 청와대는 발언을 자제했습니다. 청와대 대변인은 “이미 역사적 법적 판단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정도로 언급했죠. 전 국민이 잘못된 발언이라고 지적할 만한 논란인데 굳이 청와대가 나서서 분노를 나타낼 이유는 없다고 본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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