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영토분쟁] ICJ 판결도 모호… 온두라스ㆍ엘살바도르 소유권 분쟁 여전

입력
2019.02.15 17:00
수정
2019.02.15 19:29

<30> 중남미의 작은 섬 코네호섬 분쟁

폰세카 만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 인근 해상에 위치한 코네호 섬. 구글이미지 캡처
폰세카 만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 인근 해상에 위치한 코네호 섬. 구글이미지 캡처

총 면적 2,140㎢로 중앙 아메리카에서 가장 작은 나라인 엘살바도르는 북쪽 국경을 맞댄 온두라스와 1960년대부터 잦은 마찰을 빚어 왔다. 1969년 멕시코 월드컵 지역 예선 중 양국 응원단이 난투극을 벌인 데서 비롯된 ‘축구전쟁’도 결국 영토가 원인이었다. 당시 온두라스 정부는 농사지을 땅을 찾아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온 엘살바도르 농민 50여만명을 강제 추방했다. 이처럼 좁은 국토의 한계를 가진 엘살바도르는, 코네호섬 등 온두라스와의 영토분쟁에서 끝까지 영유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스페인어로 ‘토끼 섬’이라는 뜻의 코네호 섬은 전체 면적이 1㎢도 안 되는 작은 섬이다. 태평양 내해이자, 온두라스ㆍ엘살바도르ㆍ니카과라 등 3개국에 둘러싸인 폰세카만에 위치하고 있다. 이 중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는 1980년대부터 이 섬의 소유권을 두고 갈등하기 시작했다. 1986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폰세카만의 도서 및 해상구역에 대한 법적 지위를 판결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군사 요충지이기도 한 코네호섬이 어디에 귀속되는지 한 치의 양보 없는 신경전이 불거졌다.

1992년 ICJ는 양국 해상 분쟁 지역을 엘티그레(El Tigre)ㆍ메안게라(Meanguera)ㆍ메안게리타(Meanguerita)로 구분한 뒤 “엘티그레섬과 인근 해상은 온두라스에 속하며, 메안게라와 메안게리타섬을 포함한 해상은 엘살바도르가 소유한다”고 판결했다. 판결의 이유로 “1794년 멕시코의 한 탐험대가 제작한 폰세카만 지도에서 보듯, 양국 국경을 이루는 고아스코란강 하구가 현재와 동일”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이때 강을 기준으로 우측에 있는 코네호섬은 온두라스에 속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추론만 할 수 있을 뿐 ICJ는 판결문에 코네호섬의 귀속여부를 명시하지 않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온두라스는 당시 판결을 통해 영유권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이지만, 엘살바도르 정부는 구체적 문구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복하고 있다. 당연히 온두라스는 “더 이상 코네호섬은 분쟁지역이 아니다”라며 엘살바도르에 판결 이행을 촉구했다. 2014년 온두라스 정부는 엘살바도르가 ICJ의 판결을 이행하고 있는지 유엔에 조사단을 파견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엘살바도르는 이후 계속해서 ICJ에 재심을 청구하고 있다. “양국 모두 해안선에서 3㎞까지 폰세카만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1992년 판결에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다. 온두라스 정부는 코네호섬이 자국 해안에서 불과 1㎞ 거리에 있어 당연히 온두라스에 귀속된다고 주장하지만, 소유권과 관련된 국제법적 근거가 여전히 부실하기 때문에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 이에 온두라스 정부는 2014년부터 코네호섬에 헬기장을 건설하는 등 외부의 영유권 주장을 최대한 견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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