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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접근법 옹호한 칼럼 배포
“톱다운은 19세기 방식 가깝지만
비핵화 외교 실패할 경우도 대비”
美의회는 대북 강경 분위기 여전
‘정치범 수용소 철폐’ 결의안 상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멕시코 국경 지역인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열린 유세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백악관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 조야에서 나오는 회의론을 불식시키고 ‘트럼프식 해법’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미 의회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에 대한 견제에 나서 향후 2차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평가를 두고서 정치적 공방이 뜨거울 것임을 예고했다.

백악관은 11일(현지시각) 미 허드슨연구소의 토드 린드버그 선임연구원이 지난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트럼프는 대북 외교에 진지하다’는 칼럼을 배포하고 홈페이지에도 게시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는 트럼프 정부에 안보ㆍ통상 분야 정책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칼럼은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란 해법보다 낫다는 것이 골자다. 린드버그 연구원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지난달 31일 스탠퍼드대 강연을 언급하며 "비건 대표는 북한의 최종적이며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트럼프 정부의 목표를 거듭 강조했다"며 "이란에 핵 개발 계획 중단을 요구하지 않고 그와 거리가 먼 합의에 그친 오바마 정부의 이란 정책보다 훨씬 나은 접근법”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가 아니라 겉치장에 불과한 변화에 합의할 것이란 워싱턴 일각의 우려와 비판을 반박한 것이다.

그는 아울러 북한의 체제 변화보다는 우선적 위협 요소인 핵무기 제거에 초점을 맞춘 트럼프 정부의 접근법도 긍정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북한을 침공하지 않고 북한 정권 전복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비건 대표의 강연 내용을 소개하면서 “북한 정권을 부정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며 그런 표현은 외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최근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데 대한 비판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 실무협상이 부족하고 정상 간 담판으로 진행되는 방식에 대한 비판을 두고서도 린드버그 연구원은 이를 톱다운 방식으로 설명하면서 "어떤 측면에서 트럼프 외교는 21세기보다 19세기 방식에 가깝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또 오바마 정부의 핵 합의는 이란이 자발적으로 극단주의를 포기할 것이란 전제를 두고 있지만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궁극적 선행을 가정하지 않는다며 “외교가 실패할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는 비건 대표의 언급도 강조했다. ‘북한의 밝은 미래’라는 당근과 더불어 채찍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이 같은 칼럼 내용 중 미국의 FFVD 원칙과 톱다운 방식의 해결 노력, 한국전쟁 종전 선언 의지를 담은 부분을 발췌해 소개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 국경도시 엘패소의 대중집회 연설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처음 정상회담 때 그랬듯이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도 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낙관론을 이어갔다. 그는 “내가 취임했을 때 북한은 전쟁을 할 것처럼 보였다”면서 “지금은 미사일 발사도, 로켓 시험도, 핵실험도 없다”고 자신의 성과를 과시했다. 그는 또 “내가 싱가포르를 떠난 것은 15개월 전”이라며 “그들(전임 정부)은 85년가량 협상을 벌여왔는데, 지금 그들의 불만은 ‘트럼프는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느냐’는 것이다”라면서 비핵화 진전이 없다는 비판론도 반박했다.

반면 대북 강경 분위기의 미국 의회는 여전히 냉랭한 기류다. 하원에선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철폐를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도 상정됐다. 하원 외교위 소속 마이크 코나웨이 공화당 의원이 8일 상정한 결의안에는 정치범 수용소의 인권 유린 행위 중단과 수감자 석방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코나웨이 의원은 성명에서 “미국 의회는 북한의 끔찍한 정치범 수용소를 비난하기 위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6ㆍ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데 대한 공화당 내부 불만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공화당을 막론하고 미 의회가 향후 북미 정상 간 합의에 대해서도 상당한 견제에 나설 수 있음을 예고하는 셈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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