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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35부 배당 역사적 심판 시작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구속됐다. 서재훈 기자

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을 심리할 재판부를 배당하면서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역사적 심판이 시작됐다.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 때부터 줄곧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만큼 3~4차례 준비기일을 거친 뒤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재판에서는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관심을 모았던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의 재판부로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 박남천)가 낙점 받았다. 형사35부는 지난해 11월 법원이 임 전 차장 등 사법농단 연루자들의 기소를 앞두고 행정처 근무 경험이 없는 판사들로 구성해 신설한 3곳 중 한 곳이다. 박 부장판사는 연수원 26기로, 2기인 양 전 대법원장보다 24기수 후배다. 법관에 임용된 1997년부터 현재까지 23년째 재판업무만 담당한 실무형 판사다.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은 역시 47개 혐의 대부분에 적용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직권남용죄)’의 성립 여부다. 현행법상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성립하는데, 법조계에서조차 의견이 분분하다. 직권남용죄의 선례가 많지 않고 ‘직권’과 ‘의무 없는 일’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직권의 범위를 두고 강하게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과 결탁한 재판개입’이 검찰의 핵심 기소 내용이지만 재판개입은 대법원장의 직권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애초 남용할 직권이 없다는 주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에 내린 각종 지시를 두고도 ‘일반적인 사법행정 업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앞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4차례 공판준비 절차에서도 두 대목은 치열한 공방의 대상이었다.

사법행정권 남용이 형사처벌 대상인지도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직무 수행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행동을 했다면 조직 내에서 징계할 사안이지 형사처벌까지 가는 게 맞냐는 것이다. 법원 내부에서도 이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일을 하다 보면 실수도 하고, 권한을 넘어서기도 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다른 부서에)전화를 하기도 하는데 이걸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라 하면 안 걸리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전 차장 측 또한 “사법행정권 남용을 형사처벌 한 전례는 해외에서도 찾기 힘들다”며 선을 긋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처벌여부는 각국 체계와 제도에 따라 다르다”며 “우린 기소요건을 꼼꼼히 따졌고, 충분히 범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받아 쳤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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