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그림1 일본 사이타마현 기라쿠엔에서 도난 당한 수령 400년 된 분재. 기라쿠엔 운영자 이이무라 세이지 페이스북

“자식처럼 키워 온 것들인데 물이나 제대로 주고 있는 건지….”

지난달 일본에서 발생한 수령 400년짜리 분재 도난사건과 관련, 소유주가 안타까운 심정과 함께 이를 훔쳐간 도둑 혹은 보관 중인 사람에게 정성스러운 관리를 당부했다고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이 12일 보도했다. 비록 도난당했지만 분재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경우 수백 년간 공을 들여 가꾼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달 13일 오전 사이타마(埼玉)현 가와구치(川口)시의 분재를 취급하는 노포인 기라쿠엔(喜楽園)에서 경내에 있던 귀중한 분재 7개가 없어졌다. 도난당한 것들은 모두 향나무(진백) 품종으로 다른 품종에 비해 아름답고 일본 내외에서 인기가 높은 고가품들이었다. 이 중 하나는 높이 1mㆍ둘레 70㎝ 크기의 수령 400년인 것도 있었다. 일본에서 유명한 분재전시회 ‘국풍분재전’에서 입상해 가격이 600만엔(약 6,000만원)에 이른다.

기라쿠엔을 운영하는 이이무라 세이지(飯村誠史)씨는 분재 도난 이후 지난달 21일 페이스북에 분재 사진과 함께 “저에게나 기라쿠엔에 매주 소중한 분재”라며 “이런 마음을 분재를 좋아하는 분들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만약 어딘가에서 이 분재를 보신다면 꼭 연락 바란다”고 적었다. 그의 부인도 “슬프고 안타깝지만 (도난 당한 분재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기원하면서 여러분들에게 칭찬 받을 수 있는 분재를 기르겠다”고 밝혔다. 부부의 페이스북에는 응원과 위로의 댓글이 이어졌다.

이이무라씨 부부는 CNN에 “분재들을 우리 자식처럼 다뤘다”며 “뭐라고 표현할 수 없다.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 느낌과 같다”고 심정을 전했다. 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고 물 없이 일주일을 버틸 수 없다. 적절한 조치를 받으면 영원히 살 수 있다”며 도난당한 분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이무라씨는 에도(江戸)시대부터 5대째 분재를 가꿔오고 있는 전문가다. 도난당한 분재는 400년 전에 산에서 옮겨와 분재로 가꿔 온 것이다. 그는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에 “아버지가 수십 년간 가꾼 것으로서 값을 매길 수 없는 물건”이라며 “범인도 분재가 좋아서 훔쳤겠지만 몰래 가져다 놓아도 좋으니 돌려 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경내에 전시된 3,000개 중 비교적 값나가는 물건들만 도난당한 것에 대해선 “분재를 잘 아는 사람이 범행에 관여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사이타마현은 일본에서 분재의 출하ㆍ판매 수량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분재 산업이 활발하다. 그러나 지난달 기라쿠엔 사례처럼 인근 업체에서도 도난사건이 잇따르면서 방범카메라, 방범견, 철조망 설치 등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NHK는 전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