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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이 임명 거부한 5ㆍ18 조사위원 후보 2명, 한국당 추천 때부터 논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자유한국당 추천 5·18조사위원 권태오·이동욱에 대한 재추천 요구를 발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명의 한국당 추천 조사위원 임명을 거부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한 공문을 국회로 보냈다고 김 대변인은 밝혔다. 연합뉴스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5ㆍ18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조사위원으로 권태오ㆍ이동욱씨의 임명을 거부한 것은 자유한국당이 이들의 추천을 확정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이들은 과거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계엄군의 민간인 학살 등에 왜곡이 많다고 주장하는 등 5ㆍ18에 대한 편향적 시각을 드러내 논란을 일으켜 왔다.

이동욱씨는 월간조선 기자 출신으로 현재는 도서출판 ‘자유전선’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씨는 1996년 ‘월간조선’에 쓴 ‘검증, 광주사태 관련 10대 오보와 과장’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검찰이 발표하거나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 과장되거나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계엄군의 중화기 사용 △탱크진압 △계엄군의 지뢰매설 등을 모두 ‘과장 보도’로 규정했고,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사실상의 발포 명령자라는 검찰의 발표도 “검찰이 입맛대로 골라 쓰라는 식의 양면성 있는 발언을 한 것”이라며 사실상 부인했다.

육군 8군단장 등을 지낸 권태오씨는 박근혜 정부 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2014년 예편할 때까지 사실상 군 경력이 전부인 그는 군 출신이어서 계엄군의 민간인 학살을 객관적 시각으로 규명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5ㆍ18 관련 단체는 “군 복무 시 작전 주특기를 가졌던 인물”이라며 “개인적 흠결을 떠나 과연 5·18 진상규명을 위한 역사적 의지를 갖췄는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날 임명이 거부되지는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한국당이 추천한 차기환 전 판사 역시 5ㆍ18 단체와 유족들에게는 지탄의 대상이었다. 차 전 판사는 5ㆍ18 진상규명 특별법이 발의된 지 한 달 만인 지난 2016년 7월 보수단체에서 주최한 ‘5ㆍ18 특별법 개정안의 반헌법성’ 정책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특별법 개정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서 세월호 진상조사위 비상임위원을 맡았으나 유가족들의 반발을 산 전례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추천을 강행하고 결국 임명 거부라는 사태를 초래하면서, 한국당은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이들의 추천 결정 당시 5ㆍ18 단체와 유족 등이 강하게 반발하자, 보도자료를 내고 “5ㆍ18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균형되고 객관적으로 규명해 국민통합에 기여할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두둔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임명 거부 사실이 알려지자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한국당은 진상조사위원 추천권을 반납하라”고 촉구했고, 민주평화당은 “진상조사위원을 재추천함과 동시에 5ㆍ18에 대한 인식의 문제점이 제기된 차기환 변호사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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