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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SKY캐슬’에서 고급스럽고 우아한 상류층 패션을 선보인 염정아, 오나라, 윤세아, 이태란, 김서형. JTBCㆍ블리스미디어 제공

프릴과 리본이 달린 파스텔 컬러 실크 블라우스에 허리 라인을 강조한 펜슬 스커트(tvN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박민영). 맨투맨 티셔츠에 청바지, 그 위에 걸친 체크 무늬 오버코트(tvN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박신혜). 그간 회자된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패션 정석은 이른바 ‘귀여운 스타일’이었다. JTBC드라마 ‘SKY 캐슬’이 그 판도를 뒤집었다. ‘SKY 캐슬’의 패션 코드는 ‘우아한 스타일’. “‘SKY 캐슬’ 속 패션, 즉 ‘캐슬룩’이 중장년 여성복 브랜드 매출을 끌어 올렸다”는 얘기가 업계에 오르내릴 정도다.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 소장, 유현경 건국대 K뷰티산업융합학과 외래교수(더 클래스 대표), 곽현주 패션 디자이너(곽현주 컬렉션 대표), 추미진 데무 디자인실장, 최은경 그레이양 디자인실장 등 패션 전문가들에게 캐슬룩 의뢰했다. “‘SKY 캐슬’은 40대 여성의 패션 교과서”라는 게 이들의 진단. 또 주요 등장인물 4명의 ‘우아함’이 4인 4색이었다고 분석했다.

우선 염정아의 우아함은 패션 용어로 ‘전통적 엘레강스 스타일’이었다. 트위드 소재의 아이보리 투피스에 진주 귀걸이를 매치한 코디가 대표적. 윤세아는 상∙하의의 색상, 소재를 달리하거나 러플, 리본, 버튼 등 약간의 디테일을 가미한 ‘뉴 엘레강스 스타일’을 즐겼다. 오나라는 강한 색상과 화려한 장식을 과감하게 쓴 ‘럭셔리 페미닌 스타일’, 이태란은 자연스럽고 중성적인 패션을 우아하게 소화한 ‘스포티 엘레강스 스타일’이었다. 엘레강스며, 페미닌이며, 정신 없겠지만 패션 용어란 원래 그렇다. 더구나 ‘캐슬’이라 불리는 허구 세계의 패션이라면.

드라마에서 염정아(왼쪽)는 ‘전통적인 엘레강스 스타일’을, 윤세아는 ‘뉴 엘레강스 스타일’을 각각 선보였다. JTBC 제공
 ◇’뉴 엘레강스’, ‘럭셔리 페미닌’ 등 캐슬룩은 

윤세아(41)는 국회의원 집안 출신에 박사학위를 소유한 고학력 주부 노승혜로 나왔다. 전문가들은 그의 패션에 최고점을 줬다. 큼직한 물결 모양 주름인 러플, 리본, 레이스 등으로 장식된 블라우스가 윤세아의 시그니처 코디. “우아하고 얌전한 전통적인 엘레강스 스타일과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페미닌 스타일의 장점을 합친 뉴 엘레강스 스타일을 구현했다. 자칫 나이 들어 보이는 엘레강스 스타일과 과해 보일 수 있는 페미닌 스타일을 균형 있게 매치해 우아하면서도 젊어 보였다.”(강진주 소장)

염정아(47)는 자식 교육에 헌신하는 전업 주부 한서진을 맡았다. 그는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 오드리 헵번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부들의 워너비’가 됐다. 풍선처럼 부풀린 디자인의 원피스, 부드러운 라인이 들어간 트위드 투피스 등 난이도 높은 코디를 제대로 소화했다. “장식, 디자인은 절제하고 실크, 캐시미어 등 고급스러운 소재의 의상을 매치해 엘레강스 스타일을 완성했다.”(곽현주 대표)

진진희 역의 오나라(42)는 현란한 꽃무늬와 선명한 컬러가 돋보이는 의상을 자주 입었다. 그의 패션이 한국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에 가깝다고 한다. “화려한 패턴의 블라우스나 색감이 강한 원피스 등으로 여성스러움을 한껏 발휘했다. 과해 보이기 쉽다는 단점을 큼직한 액세서리, 긴 웨이브 헤어 등으로 세련되게 표현했다.”(유현경 교수)

이수임 역의 이태란(44)은 셔츠, 청바지로 수수한 패션을 선보였다. 여성들이 실제로 가장 많이 입는 스타일이다. “체크 무늬 재킷, 남방, 줄무늬 티셔츠, 데님 등 가장 기본적인 아이템으로 실용성과 활동성을 강조했다. 꾸미지 않은 듯 패션을 절제해 지적이고 단정한 느낌을 줬다.”(추미진 실장)

입시 코디네이터인 ‘쓰앵님’ 김주영 역의 김서형(46)은 다양한 정장 활용법을 선보였다. “디자인, 소재를 조금씩 바꾸고 셔츠, 액세서리 등을 매치해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정장 패션에 포인트를 줬다. 검정색과 흰색의 강한 대비로 시크하고 현대적이면서 중성적인 분위기를 부각시켰다.”(최은경 실장)

의사, 교수 등 고소득 전문직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SKY캐슬’에서 여주인공들은 패션을 통해 우아한 이미지를 추구했디. JTBCㆍ블리스미디어 제공
 ◇소재와 색상 둘 중 하나는 통일해야 

‘SKY 캐슬’의 배경은 상류 사회, 그 중에서도 의사, 교수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의 세계다. 그간 드라마에서 묘사된 재벌의 세계와는 다소 다르다. 한국의 교육현실을 꼬집는 드라마인 만큼, 등장 인물들은 쇼핑보다 자식 뒷바라지에 바빴다. 그래서 초고가 명품 패션으로 휘감기보다 ‘오브제’ ‘데무’ ‘플라스틱아일랜드’ ‘지고트’ ‘아이잗컬렉션’ ‘쁘렝땅’ 등 국내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의상을 주로 입었다. 그다지 비싸지 않은 브랜드들이다. ‘과하지 않은 패션’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서울 평창동, 성북동에는 전통적 상류층이, 대치동, 청담동에는 고소득 전문직인 신흥 상류층이 모여 산다는 게 통설이다. 신흥 상류층은 전통적 엘레강스 스타일에 새로운 감각을 가미한 뉴 엘레강스 스타일을 선호한다. 비싼 명품이 아니라 탁월한 패션 감각이 관건인 패션이다.”(강진주 소장)

드라마에서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의상을 입은 염정아는 진주 귀걸이, 가죽 시계 등으로 과하지 않게 포인트를 줬다. 블리스미디어 제공
소재와 색상 등을 기존 엘레강스 스타일보다 더 많이 활용하는 뉴 엘레강스 스타일을 선보인 윤세아가 패션 전문가들로부터 가장 스타일링을 잘한 인물로 꼽혔다. 자칫 나이 들어 보일 수 있는 엘레강스 스타일을 직선 단발과 레이스, 퍼프 등 디테일로 보완했다. 블리스미디어 제공

캐슬룩의 핵심이 ‘과하지 않으면서 우아하게 보이는 것’이라는 얘기다. 현실은 캐슬이 아니고, 드라마 속 캐슬은 지옥에 가깝지만, 패션을 따라 하는 건 아무래도 괜찮다. 어떻게 하면 될까. 우선 상∙하의를 비슷한 계열 색상으로 통일하는 게 안전하다. 단, 지루해 보일 수 있으니 소재를 바꿔 줘야 한다. 반대로 상∙하의 색상을 다르게 고를 경우 통일감이 있는 소재를 선택하는 게 좋다. 패션 포인트 필수이지만, 되도록 한 두 개를 넘기지 않는 걸 추천한다. 러플, 리본, 레이스, 버튼 등 장식적인 의상을 골랐다면, 액세서리는 최소화하라는 얘기다.

헤어 스타일은 화룡점정이다. 염정아의 숏컷, 윤세아의 앞가르마 직선 단발에 도전해 보자. 21세기 트렌드이자 시대정신이기까지 한 동안을 만들어 준다. 이태란처럼 셔츠에 청바지 차림을 즐겨 한다면, 화장은 옅게 하는 게 어울린다. 과하면 오히려 독이라는 것은 패션에도 예외가 아니다. 예컨대 오나라의 화려한 패션은 시간, 장소, 때와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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