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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평화가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되는 ‘평화경제의 시대’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은 ‘경제 로켓’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수행의 관건적인 해인 올해 군이 한몫 단단히 해야 한다”며 경제발전 의지를 부각한 뒤 나온 것이다. 남북미 정상이 잇따라 북한 경제 발전을 언급한 것은 북미 ‘하노이 서밋’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같은 북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수준의 경제적 지원이나 제재 완화 같은 보상책이 나올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비핵화에) 경제보상을 통해 북한을 완전히 새로운 국가로 탄생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했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평양 실무협상 뒤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한 것을 상기하면 그 같은 예측이 무리는 아니다.

하노이 서밋이 비핵화와 보상에서 성과를 낼 경우 우리로서는 남북 경협 활성화에 돌파구를 찾으면서 동시에 한반도의 평화에 성큼 다가가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북한에 대한 경제적 보상은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확실히 담보될 때만 논의ㆍ추진될 수 있는 사안이다. 북에 대한 섣부른 보상은 그 동안의 제재를 무력화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때문에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총론에 해당하는 1차 회담 내용의 빈 칸을 채울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포함한 전체 비핵화 로드맵 등이 구체적으로 도출돼야 한다. 정부는 ICBM 폐기 정도에 머무는 ‘스몰딜’은 목표가 아니라고 했지만 북한의 보여주기 식 핵 시설 폐기에 미국이 조응해 우리가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일이 없도록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선경(先經)’ 정치를 선언한 김 위원장도 핵 없는 경제성장을 이룬 베트남에서 열리는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체제 안전 보장과 경제 발전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로 살려나가야 한다. 한반도 ‘평화경제의 시대’는 그럴 때만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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