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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달러 시대를 열었지만 국민 대부분은 소득증가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현실과 이유가 수치로 확인됐다.

한국은행이 11일 내놓은 ‘경제 내 상대적 격차에 따른 체감경기 분석’ 보고서는 GNI 통계에 가려진 체감경기 악화 실태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보고서가 새롭게 선보인 ‘상대체감지수’는 평균적 경제성장 지표에 가려진 여러 경제 주체 간 상대적 격차를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상대체감지수는 업종별 생산 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가동률 격차, 생활 물가와 소비자 물가의 격차, 청년 실업률과 전체 실업률 격차 등 5개 변수를 가중 평균해 산출한 것이다. 이를 통해 2000년 이후 상대체감지수의 등락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비교한 결과 2014년 전후부터 상대체감지수가 계속 하락하며 GDP 증가율과의 격차가 벌어졌다. GDP 성장률은 일정 수준을 유지했지만, 경제주체 간 불평등은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2014년부터 상대체감지수가 계속 악화한 이유에 대해 보고서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 내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고 누적되면서 5년 뒤부터 정책 실패 결과가 본격적으로 표면에 드러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가동률 격차가 커지고, 청년 실업률이 악화하기 시작한 것이 그즈음이다. 정부가 당장의 위기 극복을 위해 단기 부양책을 쏟아내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중장기적 경제 체질 변화 및 강화 노력을 소홀히 한 것이 오늘날 만성적인 체감경기 악화를 초래한 근본 원인이었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난해 고용정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SOC 건설 등 해묵은 단기 경기 부양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하지만 업종 간, 대ㆍ중소기업 간, 세대 간 격차를 줄이려는 구조 개혁 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경제 정책은 10년 전 실패를 반복할 것임을 보고서가 보여주고 있다. 상대체감지수는 정부 정책에 참고해야 할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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