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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5ㆍ18 진상규명을 빙자한 공청회에서 5ㆍ18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운동 유공자를 ‘괴물집단’이라고 매도하는 등 막말을 쏟아냈다.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진태 의원 등이 국회에서 주최한 이 공청회는 줄곧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온 극우 인사 지만원씨를 발표자로 초대해 민의의 전당을 오염시켰다는 비난도 자초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당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변명하면서도 “다양한 해석은 존중돼야 한다”고 되레 거들었다. 공당의 책임과 규율을 저버린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김 의원이 영상 메시지에서 먼저 “5ㆍ18 문제 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선 안된다”고 자락을 깔자 지씨는 “5ㆍ18은 북한 특수군 600명이 주도한 게릴라전” ”전두환은 영웅” 등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5ㆍ18 공론장에 상륙할 교두보를 마련해준 한국당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고무된 듯 공동주최자인 이종명 의원(육사 39기ㆍ비례)은 “1980년 폭동이 10~20년 후 정치적 이용 세력에 의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며 “북한군 개입 사실을 밝혀내 다시 (폭동으로) 뒤집을 때”라고 강변했다. 국회 진상조사위에만 맡길 수 없다고도 했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순례 의원(비례)은 한술 더 떠 “저희가 좀 방심해 정권을 놓친 사이에 종북좌파들이 5ㆍ18 유공자라는 괴물을 만들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들이 일제히 “한국당이야말로 궤변과 선동, 망발과 왜곡을 일삼는 괴물”이라고 반발하며 “5ㆍ18 영령과 유족을 모욕한 사람들을 즉각 출당 조치하라”고 요구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논란을 더 부추긴 것은 한국당 지도부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5ㆍ18은 93년 정부가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고 매년 여야가 함께 기념해온 사건이니 존중하는 게 옳다”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일관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도 파문이 커지자 10일 뒤늦게 유감 표명을 했지만 전날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나 다양한 해석은 존중’ 운운하며 핵심을 비켜갔다. 현실의 법정과 역사의 법정에서 성격과 의미 규정이 끝난 5ㆍ18에 대해 이토록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그들의 진심이 진정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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