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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밤편지’, 영화 ‘범죄와의 전쟁’ 등 배경
아이유의 '밤편지' 뮤직비디오와 영화 '말모이', '범죄와의전쟁' 등의 촬영지로 유명한 부산 동구 문화공감 수정에서 지난 7일 오후 방문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사랑한다는 말,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띄울게요…”

가수 아이유의 노래 ‘밤편지’ 중 마지막 가사다. 뮤직비디오에서 아이유는 이 소절을 옛날식 목조 건물 2층에 열린 커다란 나무 미닫이 창가서 부른다. 우리 나라도, 현대도 아닌 이국적이고 고풍스러운 몽환적 분위기 속에서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아이유가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듯 카메라 쪽으로 뒤돌아본다. 아이유가 섰던 곳은 부산 동구 수정동 일본식 가옥이다. 이곳에서 아이유의 ‘밤편지’ 뮤직비디오의 모든 장면이 촬영됐다. 전형적인 일본 풍의 다다미 방들과 툇마루, 속(건물 안) 복도, 격자 문양이 들어간 문과 창살까지 아기자기한 모습이 그대로 나온다.

지난 7일 오후 찾아간 이곳은 2017년 3월 나온 뮤직비디오 장면 그대로였다. 이곳은 최근 tvn의 ‘알쓸신잡’에 소개되면서 한번 더 화제가 됐다. 이날 대학 입학을 앞두고 친구 3명과 경남 김해에서 이곳을 찾은 김윤진(19)씨는 “아이유 뮤직비디오 배경이 됐던 아름다운 곳이라고 해서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찾았다”고 말했다. 방명록에는 ‘부산 안녕, 아이유도 안녕, 너무 예뻐요’ 등 전국서 찾아온 방문객들의 칭찬 글이 가득했다. 다다미 방이며 속복도 곳곳에선 방문객들이 사진을 연방 찍어대고 있었다.

‘정란각(貞蘭閣)’이라고 불린 이 가옥은 1943년 일본 재력가가 지은 2층 건물로 방이 많은 내부는 물론 대문과 정원 등에서 일본 무사계급이 주로 사용했던 양식을 살펴 볼 수 있다. 당시 회합이나 음식점 등의 장소로 사용했다. 해방이 되면서 고급 요릿집인 요정으로 바꿔 1960~70년대 일본 고위 관리들이 주로 찾았는데 한국인은 출입할 수 없었다고 한다. 2011년 문화재청이 매입한 뒤 문화유산국민신탁이 관리를 맡으며 시설을 복원, 현재는 찻집인 '문화공감 수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가수 아이유를 잘 모르는 세대라면 영화 ‘범죄와의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된다. 비리 세관 공무원인 최민식이 자신을 조사하는 검사를 접대하던 고급 요정의 배경이 된 곳이 수정동 일본식 가옥이다. 이마저도 낯선 더 오래된 세대는 1992년 제작된 영화 ‘장군의 아들3’를 떠올리면 된다. 김두한 역을 맡은 박상민이 일본 주먹 하야시 패거리를 물리치는 배경으로도 나왔다. 이외에도 ‘1987’, ‘말모이’ 등 각종 영화와 드라마나 ‘악동뮤지션’ 등 가수들의 앨범 재킷 촬영 장소로 활용됐다.

정해선 부산동구노인종합복지관 문화공감수정 담당은 “최근에도 영화 촬영을 위해 현장 답사를 왔다간 경우만 2건”이라고 말했다.

‘수정동 일본식 가옥’은 ‘천(千)의 감성’을 가진 공간이다. 아이유의 경우처럼 소녀의 여린 감정에서부터 요정의 고급스러우면서도 은밀한 분위기, 주먹과 칼이 오가는 마초적 야성까지 머뭇거림 없이 담아낼 수 있는 곳이다. 일제 강점기와 근ㆍ현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이와 시대의 제약 없이 회자되고 찾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젊은이는 물론 중년과 장년까지 자신들만이 누리고 싶은 감성적 교감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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