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이 최연소 편집장? ‘로맨스는 별책부록’ 얼마나 맞고 틀릴까?

입력
2019.02.08 19:26
수정
2019.02.08 19:2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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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tvN 제공
출판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tvN 제공

지난달 26일 시작한 tvN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배우 이종석과 이나영의 만남으로 화제지만 이야기 배경도 눈길을 끈다. 국내 드라마로서는 드물게 출판 동네 사람들의 삶을 다룬다. 도서출판 겨루 편집장인 차은호(이종석)와, 겨루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차은호의 첫사랑 강단이(이나영)를 중심으로 책 만드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다. ‘책으로 밥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겠다’는 기획 의도는 과연 현실과 얼마나 가까울까? 드라마를 ‘열독’ 중인 출판 관계자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인물의 과장된 설정이 몰입을 방해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문학출판사의 6년 차 편집자 A씨는 “이종석이 출판계 최연소 편집장이자, 내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를 찍는 인기 장르 소설작가이자, 문학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셀럽이자,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로 나오는데, 한 사람이 하나만 제대로 해내기도 힘든 마당에 그 많은 타이틀을 모두 갖고 있다니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존인물 서너 명 캐릭터를 하나로 합친 것 같다”는 것.

출판 동네 밖에선 잘 모를 북디자이너에 대한 묘사가 현실과 달라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다. 문학동네의 김마리 북디자이너는 “드라마에서 ‘북디자이너들 책 안 보는데 (드라마 속 인물 지서준은) 책을 읽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책에 대한 이해 없이는 북디자인을 할 수 없다”며 “디자이너는 텍스트를 읽지 않고 작업한다는 편견이 반영된 대사”라고 꼬집었다.

구두소리가 나는 타일 바닥, 높은 아치형 천장에 정갈하게 꽂힌 책 등 드라마 속 출판사 사무실 역시 현실감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종합출판사 편집자인 C씨는 “각종 문서가 쓰러질 듯 어지럽게 쌓여있는 게 보통 출판사의 모습인데 ‘로맨스는 별책부록’ 속 출판사는 마치 (로맨틱 코미디인) ‘꽃보다 남자’ 세트장 같았다”며 “그렇게 고상하게 일할 수 있는 출판사가 있으면 나도 그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출판사 어크로스에서 일하는 강태영 편집자는 “일본 드라마 ‘중쇄를 찍자’와 ‘교열걸’은 책 만드는 일을 실제처럼 접근해 드라마 속 디테일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며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출판일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기보다는 전시용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인물 설명에 집중하는 1, 2회와 달리 마케터 출신 ‘경단녀’ 강단이가 겨루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일을 배우기 시작하는 3회부터는 제법 실감나게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반응도 있다. 민음사 편집부의 박혜진 차장은 “휴일 물류 창고에 나와 삽지를 제거하는 직원들에게 미안해하는 대표의 모습을 보면서 물류창고에서만 느끼게 되는 동료애와 미안함, 고마움, 그리고 책 만드는 일에 대한 애틋함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도서정가제와 책 기부 종용 등 출판계 현실을 담은 대사 역시 현실감을 높다는 의견도 있다.

드라마 제작진은 도서출판 RHK와 협업을 맺고 고증에 신경을 썼다. RHK 관계자는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대사의 현실성이나, 책을 만들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건, 출판사의 업무 프로세스 등에서 자문에 응하고 있다”며 “아직 4회까지밖에 방영이 안 된 만큼 앞으로 등장할 다양한 출판사 얘기에 기대를 갖고 지켜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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