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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의 기차여행・버스여행]테마관광열차④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 타고 꿈 같은 여행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 안에서 ‘7080 통기타 라이브’ 공연이 열리고 있다.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는 와인과 국악을 동시에 즐기는 테마 관광열차다. 코레일의 관광열차 중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운행날짜가 정해지기 무섭게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악와인열차의 외부는 가야금, 비파, 북, 태평소, 해금, 징, 장구 등 국악기로 장식돼 있다.

와인열차는 13년 전인 2006년 11월 30일 출발했다. 초창기에는 새마을호에 연결된 세 칸의 작은 열차였지만,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관광열차 개발의 계기가 됐다. 코레일은 금산군의 지원을 받아 ‘인삼객차’를 연결해 4량으로 늘렸고(1단계), ‘시네마객실’ 3량을 추가해 달리는 열차에서 최신 영화를 감상하도록 했다(2단계). 와인과 영화를 부각한 디자인으로 변신하고(3단계), 영동군의 도움으로 ‘이벤트실(국악, 와인)’과 조용한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을 배려한 ‘가족연인실’을 편성해 지난해 2월 22일부터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로 운행하고 있다(4단계).

◇서울역(오전 8시40분)->영동역(11시15분)

여행에 앞서 이벤트실과 가족연인실 중 원하는 객실을 선택한다. 일행과 오붓하게 여행하는 가족연인실보다는 와인과 소리 공연이 어우러진 이벤트실이 더 빨리 매진된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한 이벤트실 열차 내부는 와인카페처럼 편안하다.

오붓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여행객을 배려한 가족연인실.
와인열차의 ‘이벤트실’ 내부. 와인 시음과 소리 공연이 펼쳐진다.
충북 영동군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와인을 2인 1병 제공한다.

이벤트실의 와인은 영동 지역 와인 활성화를 위해 군내 포도주 농장(와이너리)에서 생산한 제품을 사용한다(2인당 1병 제공). 먼저, 전문가에게 설명을 듣는다. 눈으로 색상을 확인하고, 코로 바람을 내뱉으며 특유의 향기를 느끼고, 잔을 들어 손목으로 살짝 돌려 섞어서 맛을 음미한다. 제철 과일과 과자 안주를 곁들이면 더욱 좋다. 단, 알코올 도수가 낮다고(12~13%) 계속 마시다가 취해서 여행을 망칠 수 있으니 조절이 필요하다.

열차 안의 레크리에이션.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진 사람 얼굴에 스티커를 붙이는 게임.
영동역 전경.

레크리에이션은 난리법석 그 자체.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진 사람 얼굴에 스티커를 붙이는 게임에 승부욕이 활활 타오른다. 스티커가 소진되면 내 얼굴에서 떼어 상대방 얼굴에 붙인다. 이어서 추억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7080 통기타 라이브’ 공연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영동역에 도착한다.

◇와인빌리지(추풍령 사슴관광농원)

황간면 우천리 마을 앞산에 자리한 ‘와인빌리지(추풍령 사슴관광농원)’는 일상에 지친 여행객에 힐링을 선사한다. 점심식사로 나오는 오리 로스 정식과 무한 리필 와인은 무덤덤한 입맛을 되살린다. 농장을 뛰어다니는 사슴을 구경하다가, 아버지(배소식)가 두 아들(장남 지열, 차남 두열)에게 남긴 유언을 돌에 새긴 ‘유언비’와 ‘상속(相續)의 서(書)’에 눈길이 간다. ‘형제간 우애가 제일이니 모든 것을 우애에 바탕을 두고 행하라, 나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하라,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며 항상 덕을 쌓으라’는 유언과 이를 최고의 유산으로 생각하라는 말은 두 아들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귀감이 될 이야기다. 무료로 제공되는 아메리카노 커피와 와인을 아낌없이 넣은 ‘와인족욕’으로 몸과 마음이 가뿐해진다.

와인빌리지 오리 로스 정식.
와인빌리지의 와인족욕 체험.
와인빌리지 ‘유언비’와 ‘상속의 서’.
◇영동국악체험촌

영동은 고구려의 왕산악, 신라의 우륵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악성 난계 박연(朴堧・1378~1458)의 고향이다. ‘영동국악체험촌’은 그의 뜻을 기리고 국악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세운 시설이다. 신나는 가락에 맞춰 장구, 북, 징, 꽹과리를 직접 쳐보는 국악기 연주 체험으로 스트레스를 날린다. 흥겨운 가락이 만병통치약이나 다름없다. 지름 5.5m, 길이 6m, 무게 7톤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북 천고(天鼓)는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북을 치며 소원을 빌면 모두 이루어진다 하니 그냥 지나치면 섭섭하다.

영동국악체험촌에서 신나는 가락에 맞추어 직접 해보는 국악기 연주체험.
난계국악단의 국악공연.
세계에서 가장 큰 북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천고.

난계국악단의 국악공연은 한 편의 오케스트라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최초로 상업용 국악 CD를 발매(1996년)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보통 토요일에 상설공연을 하지만, 와인열차가 운행하는 날은 여행객을 위해 특별공연을 펼친다. 가야금, 아쟁, 거문고, 북, 대금, 소금, 피리, 해금의 합주공연과 소리꾼의 타령까지 마무리하면 앙코르 요청이 이어진다. 국악기 연주체험과 천고 치기는 각 3,000원, 공연은 무료 관람이다.

◇옥계폭포

심천면 달이산 기슭의 옥계폭포는 깎아지른 절벽에서 쏟아 내리는 20여m 물줄기다. 특히, 겨울 빙벽 풍경이 장관이다. 예전부터 난계 박연을 비롯해 수많은 시인들이 옥계폭포의 아름다움을 극찬하는 시를 남겼으며, 박연폭포라고도 부른다. 입장료는 없다.

심천면 달이산 기슭의 옥계폭포. 박연폭포라고도 부른다.
◇영동역(오후 5시30분)->서울역(8시18분)

돌아오는 열차에서는 소리꾼에게 국악을 따라 배우며 흥겨운 우리 소리 한 마당에 푹 빠진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다 서울역 도착 안내방송이 흘러 나온 다음에야 겨우 마무리된다. 와인에 취하고 소리에 또 한 번 취하고, 꿈속의 즐거움을 현실에 재현한 듯 이처럼 즐거운 기차여행이 또 있을까.

돌아오는 열차에서는 흥겨운 우리 가락이 펼쳐진다.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 여행정보

국악와인열차는 패키지 여행 상품으로만 판매하며, 출발일에 따라 일정과 요금이 다르다. 가족연인실은 9만7,000원, 이벤트실은 11만9,000원(어른 기준)부터다. 2월 테마열차는 9일(환상선 눈꽃), 12일(덕유산+영동), 16일(영동), 17일(환상선 눈꽃), 19일(영동), 23일(영동) 출발한다. ‘행복을 주는 사람들’ 여행사(02-3273-3311ㆍhappytrain.co.kr)로 문의.

박준규 기차여행/버스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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