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쏙! 세계경제] 중국인, 무역전쟁에도 춘제 장거리 여행 선호지는 미국

입력
2019.02.06 17:54
수정
2019.02.06 18:44
17면
지난해 춘제 연휴에 미국 뉴욕을 관광중인 중국인들. 신화통신
지난해 춘제 연휴에 미국 뉴욕을 관광중인 중국인들. 신화통신

중국에선 해마다 해외여행객 수가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 전반적으로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있고 해외여행의 문턱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지만 올해 춘제(春節ㆍ설) 연휴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온라인여행 예약의 60%를 점하고 있는 씨트립(携程)은 4~10일 춘제 연휴 기간 해외여행객을 약 700만명으로 예상했다. 지난해보다 약 8% 늘어난 수치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무역전쟁과 남중국해ㆍ대만 갈등을 비롯해 중국과 전방위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미국이 여전히 인기 여행지라는 점이다. 씨트립의 집계에 따르면 이번 춘제 연휴에 중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는 일본과 태국ㆍ싱가포르 등 비교적 가까운 지역이었지만 4위는 장거리 여행지인 미국이었다. 온라인여행사 뤄마마(驢馬媽)가 비자 발급 건수를 비교한 결과에서도 미국은 호주와 함께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거리 여행지였다. 중국 관영 CCTV가 대형 온라인 여행사들의 자료를 종합해 이번 춘제 연휴 기간 해외여행 선호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일본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제외하면 미국이 장거리 여행지로는 최대 인기였다.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에 대해 여행 경보를 발령하는 등 외교적 대립이 커지고 있지만, 미국을 여행하고 싶어하는 일반 중국인들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결과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분석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달 15일 자국민에게 미국 여행과 관련, “사전에 위험을 충분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멍완저우(孟晩周) 화웨이(華爲)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회장 체포 사태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캐나다에 대한 중국인의 여행 수요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라인여행사 플리지(飛猪)에 따르면 캐나다는 미국ㆍ러시아ㆍ뉴질랜드ㆍ영국에 이어 장거리 여행지 5위에 올랐고, 특히 예약자 수 증가율은 지난해 대비 21%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캐나다에 대해서도 여행 자제령을 내렸지만 중국인들의 여행 수요는 되레 늘어난 것이다.

한편, 올해 춘제 연휴 기간에도 한국은 중국인들의 인기 여행지에서 한참 밀려 15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2017년까지는 일본ㆍ태국과 함께 3강을 형성했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여행객 수가 크게 줄어들었고, 가까스로 사드 갈등이 봉합된 후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관광을 일부 허용했지만 ‘춘제 특수’는 옛말이 됐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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