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마두로 “백악관 피로 물들 것” 트럼프에 경고

입력
2019.02.04 15:09
수정
2019.02.05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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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방송과의 인터뷰서 밝혀

내전 가능성도 시사ㆍ대선 재실시 요구 일축

유럽국가들도 과이도를 대통령으로 인정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AP 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AP 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백악관이 피로 물들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경고장을 던졌다. 베네수엘라의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에서 ‘임시 대통령’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지지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자,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이다.

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스페인 방송 프로그램 ‘살바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신은 실수를 하고 있다. 당신은 피로 물든 채로 백악관을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로를 존중하자. 라틴아메리카에서 베트남을 반복하려 하는가”라며 미국의 베네수엘라 사태 관여가 베트남전 개입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에 군사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답변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것은 하나의 옵션”이라고 답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내전 가능성 마저 부정하지 않으며 과이도 의장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베네수엘라 사태가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아무도 확답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모든 것은 북측 제국주의(미국)과 서방 우방국들의 광기, 공격성에 달렸다”고 답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여기에 최종시한이 이날인 유럽 국가들의 대선 재실시 요구마저 일축했다. 그는 “우리는 어느 누구의 최후통첩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건 마치 내가 유럽연합에 ‘7일 안에 카탈루냐 공화국을 인정할지 답을 달라. 그러지 않는다면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음 대선은 2024년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이튿날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공식 인정했다. 다만 유럽연합(EU) 차원에서 과이도 의장을 공식 인정하는 성명은 이탈리아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EU 일부 국가들은 지난달 26일 마두로 대통령에게 8일 안에 조기 대선 실시 계획을 발표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낸 바 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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