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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40)씨는 4일 아침 다용도실을 들여다보고 한숨을 쉬었다. 재활용 쓰레기 분리함이 차고 넘쳐서 맥주 캔과 음료 페트병들이 바닥에 굴렀고 설 선물 포장재인 종이 박스와 스티로폼 상자는 문이 안 열릴 정도로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이 아파트에서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를 매주 일요일 오후에 하는데 올해는 설 연휴가 토요일부터 시작해 한 주를 건너뛴데다 선물 포장재가 가세하며 쓰레기가 눈덩이 불 듯 늘어났다.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는 다음주 일요일까지 쓰레기를 안고 살아야 할 처지가 됐다. 김씨는 “명절 선물세트 박스나 스티로폼 포장재 부피가 장난이 아니다”며 “쓰레기 때문에 집 안이 아수라장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설 연휴에 한껏 몸집을 불린 쓰레기와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하는 시민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보통 명절에는 평소보다 쓰레기 양이 3, 4배로 늘어난다. 선물세트를 뜯고 나면 포장재 쓰레기가 발생하고, 명절 음식을 준비하면서 음식물 쓰레기가 쌓여 간다. 하지만 정작 불어난 쓰레기를 바로 버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주거 단지에서는 일주일에 한번씩만 쓰레기 수거를 하는데, 설 연휴 기간 동안에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쓰레기 수거 작업이 중단된다.

시민들의 불만은 명절 선물세트의 과대포장으로 향한다. 직장인 손모(25)씨는 “이번에는 설 선물로 과일이 특히 많이 들어왔는데, 박스며 스티로폼 보충재며 포장재 부피가 너무 커서 골머리를 앓았다”고 하소연했다. 손씨는 “박스처럼 부피가 큰 쓰레기는 가져다 버리는 것도 스트레스라 그냥 미뤄버리곤 하는데, 그러다 보면 수거 시기를 놓쳐 연휴가 끝날 때까지 끌어안고 있어야 한다”며 울상을 지었다.

표모(27)씨는 “과대 포장 문제는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나오는 얘긴데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표씨는 “선물세트 내용물들의 개별적 가격을 마트에서 합산해보면 오히려 선물세트 가격이 더 비싼 경우가 많았다”며 “선물값이 곧 포장값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예 선물 받기를 거부하는 경우도 생긴다.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직장인 오모(29)씨는 “이전 회사에서는 필요도 없는 샴푸나 식용유 세트를 명절 선물이랍시고 안겨주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다른 사람들에게 다 나눠줘 버리곤 했다”며 “받은 자리에서 뜯어 처치해 버리고 나니 쓰레기 처리 부담도 없고 한결 가뿐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는 명절 때마다 상품권을 나눠주는데, 한껏 힘준 과대포장 선물을 받는 것보다 훨씬 실속 있고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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