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당한 세력이 감히 대선불복” 이해찬, 한국당 청와대 시위에 격앙

입력
2019.02.01 16:13
수정
2019.02.07 17:5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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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와 전면전 역풍 우려에

‘야권 때리기’로 공세 초점 옮겨

이해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연이틀 김경수 경남지사의 1심 실형 선고를 사법농단 세력의 ‘보복판결’로 규정하며 강력 대응하고 있다. 다만 설 차례상 민심을 어떻게 대면해야 할지 드러내지 못하는 가슴앓이도 깊어지고 있다. 사법부와의 전면전으로 비춰질 경우 ‘삼권분립 훼손’이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부터 적지 않다. 때문에 판결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한편으로 “대선불복은 용납할 수 없다”며 자유한국당을 때리고 나서는 등 공세의 초점을 옮겨가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일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인사를 겸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전날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인 한국당을 강력 비판했다. 그는 “(한국당 소속인)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모습에 통탄을 금할 수 없었다”며 “대선이 끝난 지가 언제인데 이제 와 대선불복을 얘기하는 당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특히 한국당을 “탄핵 당한 세력”이라고 칭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탄핵 당한 사람의 세력들이 감히 촛불혁명으로 당선된 대통령을 대선 불복으로 대하느냐”고 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김 지사 재판과 연결시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를 부정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강조했다.

재판 공정성에 대한 의문 제기도 이틀째 계속됐지만,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1심 판결의 허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데 주력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밤새 김 지사의 판결문을 분석했더니 직접적 증거가 상당히 부족했다”며 “사실 관계를 인정하기 위해 필요한, 비어있는 많은 부분을 진술에 의존해 채워 넣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최고위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당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는 당분간 김 지사 판결의 불공정성을 홍보하고 사법농단 관련 판사에 대한 문제제기를 지속할 방침이다.

김 지사도 ‘옥중서신’을 통해 “특검의 물증 없는 주장과 드루킹 일당의 거짓 자백에 의존한 유죄판결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어 “진실을 향한 긴 싸움을 해야 할 것 같다”며 “항소심을 통해 1심 재판부가 외면한 진실을 반드시 다시 밝히고 빠른 시일 내 다시 뵙겠다”고 했다. 편지는 김 지사의 가족이 면회를 통해 구두로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이 당장 뚜렷한 반전 포인트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법부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점차 커지는 등 여론의 흐름부터 좋지 않다. 당의 강경대응이 되려 지지율 하락세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는 처지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28일부터 사흘간 전국 1,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37.8%로 3주째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전당대회 컨벤션효과를 누리고 있는 한국당 지지율은 3주째 올라 28.5%를 기록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과의 격차가 한자릿수로 좁혀졌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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