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달님까지 몰락할라”… ‘읍참’ 김현철

입력
2019.02.01 17:30
수정
2019.02.01 19:4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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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전 대통령 경제보좌관. 캐리커처=배계규 화백
김현철 전 대통령 경제보좌관. 캐리커처=배계규 화백

“김현철 보좌관이 계속 직을 유지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별명인 ‘달님’의 몰락도 목도하게 될 것이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이 지난달 29일 김현철 전 대통령 경제보좌관 겸 대통령직속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과 동명이인인 가수 김현철의 노래 ‘달의 몰락’을 빗대 내놓은 논평이다.

김 전 보좌관은 “(조기 퇴직한 50, 60대 장년층은) 은퇴하고 할 일 없다고 산에나 가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으로 가셔야 한다”고 언급해 설화(舌禍)에 휩싸였다. 특히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취직이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고, 아세안을 가보면 ‘해피 조선’을 느낄 것”이라는 발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동으로 가라’ 발언과 대비되며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청년일자리 문제를 언급하며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 진출을 해보세요. 다 어디 갔느냐고, 다 중동 갔다고”라고 발언해 비난을 자초한 바 있다.

김 전 보좌관은 서둘러 “신남방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표현”이라고 사과했지만 들끓기 시작한 여론을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문 대통령은 30일 사표 수리에 앞서 김 전 보좌관을 만나 논란이 된 발언과 관련해 “신남방정책의 취지를 강조하다 보니 나온 말”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어 “우리 정부 초기 경제정책의 큰 틀을 잡는 데 크게 기여했고 경제보좌관으로서 역할도 충실히 해왔다”고 김 전 보좌관을 높이 평가했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김 전 보좌관을 내보낸다는 뜻이다.

김 전 보좌관은 문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온 ‘국민성장론’의 핵심 입안자로 꼽힌다. 2017년 대선 당시 국민성장추진단장을 맡아 현 정부 경제정책 기조인 ‘제이(J) 노믹스’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정부 출범 이후에는 대외경제정책을 사실상 총괄하며 신남방ㆍ신북방ㆍ한반도신경제지도 정책을 주도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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