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ㆍ대우조선 합병 땐… “LNG선 가격 결정권까지 가질 것”

입력
2019.01.31 17:07
수정
2019.01.31 23: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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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주잔량 1, 2위 회사 합병 시너지… 출혈경쟁 줄어 수익성 개선 확실 

31일 경남 거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대형 크레인 모습. 연합뉴스
31일 경남 거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대형 크레인 모습. 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상선ㆍ방산 등 핵심 부문에서 출혈 경쟁이 줄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전 세계 수주잔량 1ㆍ2위 회사의 합병으로 초대형 조선사로 거듭나면서 수주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거란 분석이다.

3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 세계에서 발주된 액화천연가스(LNG)선 65척 가운데 국내 ‘빅3’ 조선사의 수주 실적은 56척(86.2%)에 이른다. 현대중공업그룹이 25척, 대우조선해양이 17척, 삼성중공업이 14척을 각각 따냈다. LNG선은 제작하는 데 첨단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 조선사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대표선종으로 꼽힌다. 우리 조선사들의 고부가가치 선박 제조 역량이 압도적이란 뜻이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그만큼 기술력이 엇비슷한 국내 업체 간 경쟁이 심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간 LNG선이나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전은 국내 빅3 조선사 간의 극심한 경쟁으로 이어졌고, 이는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원인이 됐다. 실제 2015년까지만 해도 1척당 2억 달러에 달했던 LNG선 가격은 최근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격이 1억8,000만 달러까지 내려간 상태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빅3에서 빅2로 재편되면 출혈 경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 마침 전 세계 LNG 수출 1위 국가인 카타르가 최근 LNG선 60척을 국내 조선사에 발주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 것도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부분이다. 앞서 조선 ‘빅3’는 지난 2004~2007년 카타르가 발주한 LNG선 45척을 전량 수주했었다. 대우조선해양이 19척, 삼성중공업 18척, 현대중공업 8척이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로 친환경 선박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LNG선에 대한 경쟁력 우위는 물론, 가격 결정권까지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IMO는 2020년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3%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선주사는 LNG나 액화석유가스(LPG) 등 친환경 연료를 쓰는 선박을 운항해야 한다.

사업부문이 겹치는 방산 분야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국내에서 특수선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사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강남조선 등이 있지만 잠수함과 대형 전투함 건조 역량을 갖고 있는 회사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뿐이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호위함ㆍ잠수함 등 5척을 수주, 2013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방산 수주액 10억 달러를 넘겼다. 국내 조선사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으로 상선과 방산 등 주요 사업 규모가 지금보다 더 커지면 규모의 경제에 따라 원가를 줄일 수 있고, 초대형 조선사란 지위를 이용해 선주들과의 선가 협상이나 수주전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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