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과학]‘꿈의 화질’ 8K TV 시대 앞당겨 줄 AI업스케일링 마술

입력
2019.02.02 13:00
17면
초고화질(FHD) 영상(왼쪽)과 업스케일링된 8K 영상(오른쪽). 시청자에게 가까운 부분을 더 선명하게 처리해 훨씬 더 입체적인 영상이 구현된다. 삼성전자 제공
초고화질(FHD) 영상(왼쪽)과 업스케일링된 8K 영상(오른쪽). 시청자에게 가까운 부분을 더 선명하게 처리해 훨씬 더 입체적인 영상이 구현된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소비자가전박람회(CES) 2019는 ‘꿈의 화질’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8K(4K의 4배 화질) TV의 각축장이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샤프, 소니, 하이얼 등 글로벌 가전기업 10여 곳은 각자 자신만의 8K TV를 선보이며 기술력을 뽐냈다. 전시회에 참가해 8K TV의 압도적인 화질을 경험한 사람들은 8K TV가 미래 TV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것을 의심하지 않고 있다.

8K TV는 ‘울트라 HD급’(UHD) 화질을 가진 4K TV보다 4배 선명하다. 빛을 내는 단자가 가로 7,680줄 세로 4,320줄로 4K TV보다 2배 많아 해상도도 높다.

해상도가 높아지면 단위 면적당 화소(픽셀ㆍPixel)의 크기는 작아지고 그만큼 픽셀 수는 늘어나 같은 화면 안에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 8K TV 픽셀수는 3,317만개로 4K보다 4배 많다. 사람이 스크린에 바짝 다가서도 픽셀 하나하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한 수준이다.

3,317만개의 픽셀은 기존 TV에서 구현하기 어려웠던 섬세하고 디테일한 표현을 가능하게 해준다. 디스플레이 관련 학계에서 나온 한 논문에 따르면 8K가 완전히 구현되면 영상과 현실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른다. 일반적인 TV 시청 거리에서 비너스 상과 그걸 찍은 8K 영상을 보여줬더니 실험자의 절반 정도는 8K TV가 실제 비너스 상이라고 대답했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해상도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의 자체 밝기도 다르다. 기존 UHD 보다 2배 이상 밝은 8K TV는 현실의 밝기를 실제에 가깝게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압도적인 고화질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8K TV가 대세로 자리잡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현재 8K TV로 볼 수 있는 콘텐츠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해상도 높은 화질을 구현하는 것은 디스플레이만 개발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높아진 해상도로 감상할 수 있는 전용 콘텐츠가 있어야 8K TV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8K 콘텐츠는 드론으로 촬영한 자연 풍경 등이 대부분이고, 사람들이 즐겨보는 드라마나 영화 콘텐츠는 아직 4K 수준으로 제작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가전 업체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업스케일링’ 기술을 8K TV에 적용하고 있다.

AI가 수만개 이상의 저해상도와 고해상도 화면을 비교 학습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 걸 형상화한 그림. 삼성전자 제공
AI가 수만개 이상의 저해상도와 고해상도 화면을 비교 학습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 걸 형상화한 그림. 삼성전자 제공

업스케일링 기술은 디스플레이 해상도에 맞게 콘텐츠 해상도를 TV가 자체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기술이다. 해상도가 낮은 콘텐츠도 업스케일링 과정을 거치면 고화질 구현이 가능한 스크린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일반적인 업스케일링 기술은 픽셀 하나에 얼마의 빛을 더 투과 시킬지 등을 사람이 정한 식에 따라 계산했다. 반면 AI 업스케일링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다. 인공지능 스스로 수백만 개 이상의 영상을 미리 학습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저해상도와 고해상도 사이의 기술적인 특성을 분석해 화면을 자체 보정 한다.

삼성의 AI 업스케일링 기술을 구현하는 퀀텀 프로세서 8K 칩.삼성전자 제공
삼성의 AI 업스케일링 기술을 구현하는 퀀텀 프로세서 8K 칩.삼성전자 제공

8K TV 선두주자인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개발한 인공지능 화질엔진 ‘퀀텀 프로세서 8K 칩‘으로 AI 업스케일링 기술을 시판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이 칩에는 수백만개 이상의 저해상도ㆍ고해상도 영상을 매칭시켜 시뮬레이션을 돌린 후 얻어진 데이터가 내장돼 있다. 이 칩은 내장된 정보를 활용해 ‘선은 얇아야 한다’거나 ‘굵고 거친 부분은 또렷하게 한다’는 식으로 영상에 맞춘 최적의 업스케일링 기준에 따라 저화질 영상을 고화질 영상으로 변환해 준다. 4K 화질을 8K 화질로 업스케일링 했을 경우 어떤 게 진짜 8K 화면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기술이 발전한 상태다.

삼성의 AI 업스케일링은 화면 보정에서 끝나지 않는다. ‘퀀텀 프로세서 8K’ 기술은 화질뿐 아니라 사운드까지 영상에 맞춰 자동으로 최적화 해준다. 일반 TV에서는 ‘영화 모드’, ‘스포츠 모드’ 등 콘텐츠 내용에 맞춰 사용자가 TV 소리 모드를 설정해야 했지만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면 TV가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장면 특성을 파악해 가장 적합한 사운드를 제공할 수 있다. 사용자가 별도의 기능을 설정하지 않아도 스포츠 경기에서는 청중의 환호성을 크게 해 현장감을 높이고 뉴스 영상에서는 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강조해 주는 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상도가 지극히 떨어지는 콘텐츠는 원래 갖고 있는 정보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업스케일링을 해도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들을 최대한 8K 화질로 구현하는 게 앞으로의 목표”라며 “소리 최적화도 개인이 TV를 즐기는 방식까지 반영해 사운드가 변화할 수 있도록 기술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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