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종용한 조재범 항소심 ‘10월→1년6월’ 형량 늘어나

입력
2019.01.30 11:55
수정
2019.01.30 19: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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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성폭행 혐의’는 별개 사안

경찰에 출석하는 조재범 전 코치. 연합뉴스
경찰에 출석하는 조재범 전 코치. 연합뉴스

한국 여자 쇼트트랙 간판 심석희 선수 등을 상습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법정 구속된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에게 항소심 법원이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조 전 코치 범행에 대한 엄벌 요구 여론에다 그가 피해자들을 상대로 합의를 종용한 사실이 더해지면서 판결에 영향이 미친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법 형사항소4부(부장 문성관)는 30일 상습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 전 코치에 대해 징역 10월을 선고한 원심 보다 무거운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과 2심 모두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과거 중학생 선수를 폭행해 기소유예 선처를 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자신의 선수지도 방식에 대해 아무런 반성 없이 선수들을 폭력으로 지도했다”며 “결국 어린 선수들이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입는 등 현재 상황에 이르렀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조 전 코치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취지로 변명하고 있지만, 폭행 정도와 결과를 볼 때 받아들일 수 없다”며 “폭력을 지도의 한 방식으로 일삼는 체육계 지도자들에게 엄중히 경고하고 향후 폭력 재발 방지 필요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재판부에 따르면 조 전 코치는 2010년 중학생 선수를 골프채로 때려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혔다. 당시 그는 해당 선수와 가까스로 합의해 검사로부터 기소유예로 선처를 받아 형사처벌을 면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처럼 조 전 코치에 대해 1심보다 무거운 형을 내린 것은 그의 폭행이 과거부터 오랜 기간 지속돼 왔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거절하기 어려운 체육계 지인 등을 동원해 합의를 종용한 점도 형량이 더 무거워진 이유로 꼽힌다.

실제 조 전 코치로부터 폭행당한 피해자 4명 중 심 선수를 제외한 3명은 항소심 재판부에 합의서를 냈었다. 그러다 최근 심 선수의 성폭행 피해 주장이 나오면서 이중 2명은 합의를 취소하고 엄벌을 탄원하는 의견을 제출했다.

다만 이번 선고는 심석희 성폭행 혐의와는 별개 사안이다. 심 선수가 조 전 코치로부터 수차례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고소장을 추가로 제출한 것과 관련, 검찰 수사는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앞서 조 전 코치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해 1월 심석희를 수십 차례 때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는 등 4명의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이 넘겨졌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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