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진보로 향한 미국 정치

입력
2019.01.27 18:00
수정
2019.01.28 16:5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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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를 뽑는 미국 정당 경선은 선거가 있는 해의 1월에 시작해 6개월 정도 걸린다. 시간표 대로라면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올 여름부터 뜨거워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연초부터 경선 출마 선언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민주당에서 6명이 출마를 공식화했고, 10여명은 출마 선언을 서두르고 있다. 정치권 시계가 2020년 대선을 향해 달음박질하는 건 입지가 좁아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탓이 크다. 그에게서 승기를 본 민주당의 주자들이 경쟁하듯 깃발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 지지율 조사에서 선택지에 오른 민주당 후보만 13명이나 된다. 상원의원으로는 커스틴 길리브랜드, 카말라 해리스, 코리 부커와 진보 색채가 뚜렷한 엘리자베스 워렌, 버니 샌더스가 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뉴욕의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베토 오루크 전 하원의원도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가운데 최근 여론조사기관 PPP가 조사한 트럼프와의 가상 맞대결에서 승리한 주자만 7명이다. 가장 주목 받는 주자들은 4B로 불리는 바이든과 버니, 베토, 블룸버그다. 최종 후보의 이름은 알파벳 B로 시작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 공화당에선 트럼프 위상이 더 하락하면 경선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게 된다.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 등은 무소속 또는 제3당 출마까지 검토 중이다. 후보는 다르지만 내년 대선에서 민주, 공화 양당의 공통 관심사는 경제 불평등 문제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고 빠른 시대 변화에서 소외된 계층 잡기에 초당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정책에서 민주당은 더 왼쪽으로, 공화당은 가운데로 움직이는 양상은 한편으로 진보의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를 높이고 있다.

□ 기존의 판을 뒤엎고 불이익을 받는 유권자들을 위한 정책을 서두르라는 목소리는 공화당에서 더 크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이나,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보수혁명에 버금갈 새 유권자 연합을 이끌어낼 때라는 것이다. 소외감에 분노하는 계층의 지지를 얻어낼 정책을 예리하게 파고든다면 장기 집권의 문을 열 수 있다고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예상한다. 러스트 벨트의 백인 노동자를 지지자로 돌려세운 트럼프 전략의 진화라 할 수 있다. 당을 떠나 지금 미국 정치권은 교육과 선거권 확대로 진보의 시대를 열었던 20세기 초와 유사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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