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녀 복리가 먼저다

입력
2019.01.28 04:40
29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최근 2018년 합계출산율을 0.96명 내지 0.97명으로 잠정 발표했는데, 이는 OECD 평균 합계출산율 1.68에 비해 매우 낮은 것이다. 출산율 감소는 과거보다 혼자 사는 이가 많아지고, 결혼 연령이 늦어진데다, 결혼을 해도 출산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 결과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 후에도 자녀를 갖지 않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 중 하나는 자녀양육이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아빠의 육아를 다룬 방송 프로그램 이름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인걸 보면 육아의 어려움을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출산율이 높은 곳은 전남 해남군으로, 최근까지도 2.1명의 출산율을 유지했다. 이유는 첫아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라는 분석이다. 출산과 양육에 많은 비용이 들고, 그 액수가 중산층 맞벌이 부부에게도 벅찰 지경인데 그렇지 못한 경우엔 오죽할까.

많은 부모가 자녀 양육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그 중 가장 어려움을 많이 겪는 사람은 한부모다. 한부모의 경우 자녀 돌봄에 따른 부담을 혼자 감당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녀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부분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한부모의 경제적 자립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 사별을 해서 한부모가 된 경우에는 더 이상 기댈 배우자가 없지만, 이혼한 경우엔 비양육 부모라는 기댈 곳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혼 후 전 배우자로부터 미성년 자녀 양육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3분의 2를 넘고 있어 한부모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그 동안 시행해오던 한부모 지원을 확대해 이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설립해, 이혼 시 배우자로부터 받기로 한 양육비의 이행청구를 지원해 한부모가 자녀의 비양육 부모로부터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2019년부터는 양육비이행법을 개정,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비양육 부모의 소재를 신속히 파악할 수 있고, 자녀와 비양육 부모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면접교섭 지원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 양육비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했다. 2019년에는 한부모에 대한 수당을 월 13만원에서 월 20만원으로, 청소년 한부모는 월 18만원에서 월 35만원으로 증액하는 등 경제적 지원을 강화했다.

그럼에도 비양육 부모가 양육비 이행을 지체하는 경우 운전면허를 제한하거나 출국을 금지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회생활에 제재를 주는 방안 등 제도개선이 절실하다. 왜냐하면 양육비를 주지 않는 것은 자녀에 대한 유기나 방임이며, 이는 아동학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부모 중 미혼모나 미혼부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자녀에게 부모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이 혼인관계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사회적 편견 속에서 생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미혼부나 미혼모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더 심각한 상황이 전개된다. 따라서 부모가 혼인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인한 차별이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2018년부터 시행된 ‘#세상모든가족함께’ 캠페인을 더욱 확대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녀를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고 부모의 상황에만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가족의 다양성을 기초로 출산정책을 시행하거나 한부모 가족을 지원해 왔고, 미혼모에 대한 편견에 대항해 왔다. 그렇지만 부모의 구존(俱存) 여부나 그들의 결혼 여부는 중요하지 않으며, 자녀의 복리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민법은 ‘자녀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거나 복리를 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실제로는 아동의 복리가 무시되거나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녀양육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부모가 아닌 자녀를 중심에 둔다면 자녀의 복리를 더 많이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전경근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