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방위비 유효기간 급선회... 작년 12월 ‘10년→1년’으로 바꿔

입력
2019.01.25 18:27
수정
2019.01.25 20:55
4면

 당시 한미 협상단 5년 절충… 한국 분담금 늘리려는 포석 

 美, 총액 마지노선을 중요시… “총액은 美, 기간은 韓” 관측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미국이 올해부터 적용될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의 유효기간 관련 입장을 지난해 12월 중순 돌연 10년에서 1년으로 바꾼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한미 협상단은 유효기간 5년 방안에 사실상 의견을 모은 상황이었다. 한국 분담금을 대폭 늘리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

25일 외교부와 기자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SMA 9차 협상 뒤 기자단을 상대로 가진 브리핑에서 외교부 당국자는 “협상 초기 미국은 협정 유효기간으로 10년, 우리는 3년을 주장했지만 협의 끝에 5년으로 절충하는 방안을 양측이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지난해 3~12월 총 10차례 미측과의 회의를 거치면서 협상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비보도를 전제로 기자단 측에 협상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최근 방위비분담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국면으로 넘어간 만큼 일부 내용을 보도하기로 이날 양측이 결정했다.

당국자 전언에 따르면 당시 미국 협상팀은 당초 제시한 10년 유효기간을 계속 주장하면서도 불합리한 부분을 시인, 6년으로 하향 조정 뒤 다시 5년 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불과 한달 뒤인 10차 회의에서 한국 측 주장보다도 적은 1년으로 입장을 번복했다. 이는 우리 협상단이 회의 중단을 선언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미측의 갑작스러운 입장 선회로 지난달부터 미측이 일부러 협상을 지연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올해 일본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등과의 방위비분담 협상을 앞둔 미국이 일단 우리와의 협상을 잘 마무리해 나머지 협상 때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미국은 또 올해 전세계 미군 주둔 비용 분담 원칙을 전면 재검토해 이를 토대로 동맹국들과 재협상을 하겠다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측이 ‘10억달러(1조1,305억원) 이상’이라는 총액 마지노선을 유효기간보다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에 총액은 미국 요구 수준에, 유효기간은 한국 요구에 가깝게 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효기간 합의가 이뤄져도 과제는 남는다. 연간 분담금 상승률이다. 미국은 그간 협상 과정에서 분담금 상승률을 물가 상승률에 연동시키지 말고 연 7%로 고정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협정은 연간 상승률이 전전년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되 4%를 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9차 협상 뒤 “7% 상승률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 훨씬 낮추려 한다”고 말했었다.

방위비 집행 투명성도 협상 쟁점 중 하나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단은 협상 초기부터 현행 제도처럼 금액에 먼저 합의한 뒤 사업을 선정하는 ‘총액형’에서 선(先) 사업 선정 후(後) 금액 부담 방식인 ‘소요형’으로 전환하는 안을 자체 검토했다. 지난해 10월 7차 협상 뒤 당국자는 “투명성이나 책임성 측면에서 총액형보다 소요형이 더 나은 제도가 아닌가 심층 검토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 주한미군 사령관의 군사적 소요 판단 권한이 침해돼선 안 된다는 입장인 데다 정부 노선도 최종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당장 10차 협정부터 변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당국자 설명이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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