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ㆍ회유ㆍ동승자… 손석희 꼬리무는 논란

입력
2019.01.25 16:00
수정
2019.01.25 21:4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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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모 기자 “젊은 여성 동승한 채 접촉사고… 취업 미끼로 회유” 

 손 측 “김 취업청탁 거절하고 손으로 친 게 전부… 동승자 주장도 허위” 

손석희 JTBC 대표이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손석희 JTBC 대표이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부당한 취업청탁에 대한 거절이 빚은 해프닝인가,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보도를 막는 과정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건인가.

손석희(63) JTBC 대표이사 폭행 논란이 진실 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폭행을 당했다는 방송사 출신 프리랜서 기자 김모(49)씨는 손 대표가 사건을 덮기 위해 자신을 취업을 미끼로 회유했다가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반면, JTBC는 전면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쪽의 주장은 취업 청탁 여부, 손 대표 차량의 동승자 존재 여부 등 여러 가지 점에서 정반대다.

 ◇손 대표가 접촉사고 내고 뺑소니쳤나 

사건의 발단은 2017년 4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모씨와 JTBC의 주장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10시쯤 손 대표는 경기 과천시의 한 주차장에서 차량을 몰다가 견인차량과 가벼운 접촉사고를 내고 별 다른 조치 없이 곧장 자리를 이탈했다. 이후 견인차량 운전자가 손 대표를 찾아 접촉사고가 난 사실을 말하자, 쌍방 합의했다. 이후 지난해 8월 이 사실을 알게 된 김씨가 JTBC를 찾아가 손 대표와 면담을 했다. 김씨는 경찰에 제출한 추가 진술서를 통해 “접촉사고 이후 손 대표가 도주하다가 피해자들에게 추적당해 4차선 도로에서 정차하고 경찰이 출동해 사고가 마무리됐다”며 “지난해 8월 손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기사화는 하지 않겠으나, 합리적 의심은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가 사고를 인지하고도 뺑소니쳤다는 것이다. 손 대표 측은 이를 완강히 부인한다. 손 대표 측은 입장문을 통해 “김씨가 손 대표를 찾아와 ‘아무것도 아닌 사고지만 선배님이 관련되면 커진다’며 ‘기사화 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고 반박했다.


김모씨가 손석희 JTBC 대표이사랑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이라며 공개한 텔레그램 캡처 사진. 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잘 아는 사이처럼 친근하게 대화를 하고 있다. 김씨가 공개한 사진만으로는 손 대표가 김씨 채용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손 대표가 회유나 협박으로 김씨의 입을 막으려 한 것으로는 보기 어려운 대화다. JTBC는 손 대표와의 대화가 맞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모씨가 손석희 JTBC 대표이사랑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이라며 공개한 텔레그램 캡처 사진. 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잘 아는 사이처럼 친근하게 대화를 하고 있다. 김씨가 공개한 사진만으로는 손 대표가 김씨 채용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손 대표가 회유나 협박으로 김씨의 입을 막으려 한 것으로는 보기 어려운 대화다. JTBC는 손 대표와의 대화가 맞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모씨가 폭행 사건 이후 18일 손석희 JTBC 대표가 보냈다고 주장하는 휴대폰 문자메시지 캡처 사진. 김씨는 손 대표가 폭행 사건 무마를 위해 김씨 회사에 2억원 투자를 제안했다고도 주장한다.
김모씨가 폭행 사건 이후 18일 손석희 JTBC 대표가 보냈다고 주장하는 휴대폰 문자메시지 캡처 사진. 김씨는 손 대표가 폭행 사건 무마를 위해 김씨 회사에 2억원 투자를 제안했다고도 주장한다.

 

 ◇취업 관련 회유, 압박, 폭행있었나 

지난 10일 발생했던 폭행 논란도 마찬가지다. 손 대표는 김씨를 손으로 몇 차례 친 사실은 인정했지만, 김씨의 취업청탁을 거절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선을 그었다. JTBC는 “4년 전부터 손 대표와 알고 지내던 김씨가 오랫동안 정규직, 또는 그에 준하는 조건으로 취업하게 해 달라는 청탁을 집요하게 해왔다”며 “청탁을 거절하자 갑자기 화를 내며 지나치게 흥분하기에 ‘정신 좀 차려라’고 손으로 툭툭 건드린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반면 김씨는 손 대표가 오히려 취업을 먼저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접촉사고 기사화를 막기 위해 JTBC ‘뉴스룸’의 코너 ‘앵커 브리핑’ 작가를 제안하면서 이력서 제출을 요구했다”며 “현재 운영 중인 회사에 수억 원을 투자하고 용역을 제공하겠다고 하는 등 강압적으로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손 대표와 나눈 대화 내용이라며 24일 공개한 텔레그램 메신저 캡처 사진을 보면 손 대표는 김씨 채용에 적극적이다. 김씨의 취업 청탁에 마지못해 대응하는 반응으로 해석하기 힘들다. 반면 손 대표가 김씨를 회유하려 하거나 협박하려 한 정황을 대화에서 찾을 수 없다. JTBC는 메신저 내용이 손 대표와 김씨의 대화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10일 사건 후 손 대표가 폭행이 법적 문제로 비화하는 걸 막기 위해 자신의 회사에 2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도 주장한다. 김씨가 25일 공개한 휴대폰 문자메시지 캡처 사진에 따르면 손 대표는 “양변(김씨의 변호사) 전화 받았나 모르겠는데 오늘 급히 만나 논의를 했으면 한다”며 “네가 동의할 만한 제안을 오늘 사측으로부터 제의 받았다”고 했다. 문자메시지를 보낸 휴대폰 번호는 손 대표의 것과 일치한다. 다만 문자메시지 전송 날짜는 알 수 없다.

 ◇젊은 여성 동승자가 있었다? 

접촉사고 당시 손 대표의 동승자 논란도 있다. 김씨는 “사고 피해자들에 따르면 당시 손 대표 차량 조수석에 젊은 여성이 동승했다고 주장했지만, 손 대표는 자신의 어머니가 탑승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며 “일요일 늦은 밤에 어머니를 경기 과천시까지 이동시킨 이유에 대해 설득력있게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관련한 '지라시(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담긴 쪽지)'가 퍼지자 손 대표 측은 “동승자가 있었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며, ‘손석희 흠집내기’로 몰고 가는 김씨의 의도”라며 “이를 증명할 근거도 수사기관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의 진위는 수사기관에서 밝혀질 전망이다. 서울서부지검은 24일 손 대표 측이 김씨를 공갈미수 협박 혐의로 고소한 사안에 대해 서울 마포경찰서로 수사지휘를 내릴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에서 이미 수사 중인 김씨 폭행 신고와 병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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