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회담 4시간 앞, 일본 초계기 또 위협비행

입력
2019.01.23 19:00
수정
2019.01.23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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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세번째 근접비행… 대조영함에 60~70m 고도 540m 접근, 경고도 무시

국방부 “명백한 도발” 강력 항의… 日 방위성 “국제법적 비행” 적반하장

1월 중 일본 초계기 저고도 근접위협비행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1월 중 일본 초계기 저고도 근접위협비행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일본 초계기가 23일 남해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우리 해군함정을 향해 저고도 근접위협비행을 하며 도발해 군 당국이 일본을 강력 규탄했다. 이날 오후 예정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불과 4시간 여 앞두고 감행한 도발 행위다. 지난해 말 ‘한일 초계기 갈등’이 촉발된 후 양국 관계가 갈수록 악화하는 형국이다.

서욱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오후 2시3분쯤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일본 초계기가 우리 해군 함정을 명확하게 식별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거리 약 540m, 고도 약 60~70m 저고도로 근접 위협비행을 한 것은 명백한 도발행위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서 본부장은 “저고도 근접위협비행을 한 것은 우방국 함정에 대한 명백한 도발행위이므로 일본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이러한 행위가 반복될 경우, 우리 군의 대응행동수칙에 따라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5시쯤 일본 무관을 초치(招致ㆍ외교 갈등 발생 시 상대국 외교관을 부르는 것)해 강력 항의했다.

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50분쯤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정상적인 작전활동을 수행하던 해군 구축함 대조영함은 대공레이더로 83㎞ 떨어진 지역에서 일본 초계기(P-3)를 포착했다. 초계기는 점차 대조영함으로 접근해 오후 2시3분쯤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외곽인 이어도 서남방 131㎞ 지점에서 고도 60~70m로 대조영함 540m 거리까지 근접 비행했다. 해군 관계자는 “대조영함 길이가 150m인 점에 비춰 보면 육안으로도 초계기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근접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브리핑룸에서 일본 해상 초계기가 이날 오후 2시 3분쯤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우리 해군 구축함인 대조영함에 근접해 위협 비행을 한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서욱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브리핑룸에서 일본 해상 초계기가 이날 오후 2시 3분쯤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우리 해군 구축함인 대조영함에 근접해 위협 비행을 한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당시 대조영함은 피아식별장치(IFF)로 일본 초계기인 것을 확인하고 “귀국은 우리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경로를 이탈하라” “더 이상 접근하면 자위권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취지로 20여차례 경고 통신했지만 초계기는 응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일 초계기가 국제사회에서 위협적이라고 판단해 관례적으로 회피하는 △함선 쪽으로 향하는 비행 △공격을 모의하는 비행 △함선 선수쪽으로 횡단하는 비행의 3가지 패턴을 모두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올해 들어 일 초계기가 두 차례 더 우리 해군 함정에 근접 비행을 했다는 사실도 국방부는 공개했다. 지난 18일 일 초계기(P-1)는 해군 율곡이이함에 60~70m 고도로 1.8㎞ 거리까지 접근했고 22일에도 초계기(P-3)가 해군 상륙함 노적봉함과 군수지원함 소양함을 향해 30~40m 고도로 3.6㎞까지 접근했다. 군 관계자는 “오늘은 위협비행 관련 명백한 의도가 확인됐지만, 18일과 22일에는 초계기 속도가 느렸고, 의도성도 애매했다”고 설명했다.

도발이 있고 4시간 여 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예정대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별도 회담을 갖고 초계기 근접 비행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우방국으로선 적절하지 않고, 자제해야 할 행태”라며 “일본 측의 유례없는 행태가 한일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상세한 내용은 확인 중”이라며 “(일본 초계기가 고도) 60~70m(로 비행했다는) 부분은 정확하지 않다. 정확한 기록을 갖고 있는데, 150m 이상을 확보했으며 국제법규와 국제법에 따른 적절한 운용을 했다”고 주장했다. ‘18일과 22일에도 근접비행이 있었다’는 주장에도 “당시에도 국내법 등에 따라 적절하게 비행했고 이런 내용을 한국에도 전달하고 있다”며 “500m이상 거리도 확보하고 있었다”고 부인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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