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걱정돼서 만들었는데”… ‘예서 책상’ 스터디 큐브 탄생 비화

입력
2019.01.23 15:42
수정
2019.01.23 15:51
'예서 책상'이라는 별명을 얻은 스터디 큐브. 드라마 'SKY캐슬' 캡처
'예서 책상'이라는 별명을 얻은 스터디 큐브. 드라마 'SKY캐슬' 캡처

“책상에서도 집중 안 된다 싶으면 들어가요. 완전 독서실 같거든요.”

JTBC드라마 ‘SKY캐슬’에서 예서(김혜윤 분)가 자기 책상을 소개하는 말이다. ‘예서 책상’으로 불리는 이 책상의 본명은 ‘스터디 큐브’다. 책상과 의자, 책장, 칠판, 연필꽂이 등이 폭 800cm, 길이 1,180cm, 높이 2,100cm로 된 원목 상자 안에 다 들어가 있다.

“애들 가두고 공부하라고 만들었냐는 오해가 가장 답답합니다.”

스터디 큐브를 만든 최기주(63) 이목 대표는 23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두 딸을 위해 이 책상을 처음 만들게 됐다고 소개했다. 공부 잘하라고 만든 건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딸들의 공부 환경이 그저 안전하기만 바랐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2002년에 독서실을 다니던 고3 딸이 밤에 집에 오는 길에 치한에게 봉변을 당할 뻔했다. 마침 제가 데리러 나가던 중이라 바로 보고 맨발로 막 달려가서 구하긴 했지만, 정말 끔찍했다. 당장 우리 딸을 위해 뭐라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스터디 큐브 탄생 비화다.

스터디 큐브. 이목 제공
스터디 큐브. 이목 제공

정작 최 대표의 딸은 스터디 큐브를 누리지 못했다고 한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스터디 큐브가 시장에 나온 건 2010년 이후다. 최 대표가 가구 박람회에 스터디 큐브를 소개한 뒤 학부모들이 그를 찾아왔다. 최 대표는 “원래 서울 강남이나 목동, 노원, 부산 해운대에서 주로 주문이 들어왔다. 그쪽 엄마들 사이에서는 유명했다. 아마 SKY캐슬 작가들도 그래서 우리 책상을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대표의 책상은 드라마 SKY캐슬 방송 후 주문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최 대표는 “판매량이 한 10배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245만원이라는 판매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지적이 있다고 하자 최 대표는 이유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피톤치드가 나오는 침엽수로만 만들고 있다. 원목의 장점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칠도 최소화했다. 그러다 보니 나무가 수축하거나 팽창할 때 가구가 뒤틀리지 않도록 ‘끼워맞춤 공법’을 쓰고 있다. 자재와 까다로운 제작 공정 등을 볼 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의 가장 큰 바람은 스터디 큐브가 학생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바라던 대학에 가고, 동생들에게 물려줬다는 후기를 들으면 뿌듯하다. 아무쪼록 그저 잘 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명 '예서 책상'으로 불리는 스터디 큐브에 들어간 예서(김혜윤 분). 드라마 'SKY캐슬' 캡처
일명 '예서 책상'으로 불리는 스터디 큐브에 들어간 예서(김혜윤 분). 드라마 'SKY캐슬' 캡처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