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들 지쳤을 때 펄펄, ‘이승우 타임’ 시작됐다

입력
2019.01.2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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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이 22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한국과 바레인의 16강전에서 후반 43분 이승우를 투입하고 있다. 두바이=연합뉴스
파울루 벤투 감독이 22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한국과 바레인의 16강전에서 후반 43분 이승우를 투입하고 있다. 두바이=연합뉴스

이른바 ‘물병 킥’ 사건으로 구설에 올랐던 이승우(21ㆍ베로나)가 바레인과 16강전에 교체 투입돼 활약하면서 아시안컵 무대 ‘이승우 타임’의 시작을 알렸다. 비록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긴 어려워 보이지만, 이날 활약으로 후반 조커로서 가치를 충분히 입증하면서 부상으로 소속팀에 돌아간 기성용(30ㆍ뉴캐슬), 부상 회복이 더딘 이재성(27ㆍ홀슈타인 킬) 공백으로 고심하던 파울루 벤투(50)감독의 시름을 덜었다.

이승우는 23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레인과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후반 43분 황인범(23ㆍ대전)과 교체 투입돼 고대하던 아시안컵 데뷔전을 치렀다. 그에게 첫 출전이 오기까지 과정은 마치 롤러코스터 같았다. 대회 첫 경기 직전 부상 당한 나상호(22ㆍFC도쿄)를 대신해 아시안컵 최종엔트리 막차에 승선했지만, 지난 16일(한국시간) 중국전에서 후반 교체투입이 무산되자 물병을 걷어차고 수건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묵묵히 대표팀 훈련에 매진했던 이날 역시 앞선 3경기와 마찬가지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이승우는 두 팀이 1-1로 맞서며 연장전 돌입을 준비해야 했던 벤투 감독의 ‘콜’을 받아 출격했다. 후반 막판으로 접어들며 동점을 만든 바레인이 침대축구로 노골적인 시간 끌기에 전념하던 시점인데, 양팀 선수들이 지칠 대로 지친 때 이승우가 열정적으로 경기장을 휘젓기 시작하자 경기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연장 전반 2분 페널티지역 왼쪽 부근에서 강한 오른발 슈팅을 시도하면서 바레인 수비를 흔든 그는 4분 뒤엔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반칙을 유도해 프리킥 기회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오랜만에 땀 흘려 뛰고 경기장을 나선 그의 얼굴엔 미소가 만연했다. 그는 “내가 승부욕도 강하고 축구에 대한 열정이 강했기에 뛰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다 보니 성숙하지 못한 행동을 한 것 같다”고 했다. “팀에 피해를 끼쳤다면 죄송하다”며 사과한 그는 “사람으로 더 성숙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활약으로 남은 경기에서의 교체 출전도 내다볼 만 하게 됐다. 벤투 감독도 이날 경기 후 이승우를 ‘청량제’에 비유하면서 “이승우는 왼쪽 측면에서 볼을 몰고 상대 진영으로 들어갈 수 있고 역습에도 좋은 선수”라며 후한 점수를 줬다. “그의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았고 손흥민도 지쳐있어서 수비적으로도 도움을 줄 수도 있는 선수라고 판단했다”고 투입 배경을 설명한 벤투 목소리에선 이승우에 대한 신뢰도 묻어났다.

두바이=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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