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석학 칼럼] 트럼프의 해?

입력
2019.01.28 04:40
29면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2018년 올해의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을 택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2018년은 동맹국과 협의 없이 시리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키로 한 결정(때문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사임했다)과 멕시코 국경 장벽 문제로 인한 부분적 정부 셧다운에 대한 비판으로 끝났다. 2019년은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했고, 대 트럼프 외교 비판도 커지게 됐다.

지지자들은 이런 비판을 괘념치 않는다. 외교분야 전문가, 외교관, 동맹들은 트럼프의 파격적 스타일에 질겁하지만, 트럼프를 선택한 민심은 그러한 변화를 바랐고, 그래서 이를 환영한다. 일부 전문가는 대이란 유화책, 북한 비핵화, 중국 경제정책 변화, 균형잡힌 국제무역체제 등 미국 이익에 도움되는 것이 증명되면 이런 급진적 변화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트럼프 외교정책에 따른 장기 성과를 지금 평가하는 것은 경기 도중에 최종 점수를 예측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스탠포드대 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는 미국이 중국의 발흥을 막거나, 최소한 늦출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 요점이 있다. 예측 불가한 파격적 방식으로 미국의 힘을 보여주는 트럼프의 접근법은 지적 불만족이 클 수도 있지만, 미국에 남은 마지막 방법일 수도 있다”고 한다.

트럼프 비판자들은 ‘관행 타파’가 어느 정도 성공해도, 그에 따른 대가와 이익도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이들은 국제체제와 동맹국 간 신뢰 손상 면에서 대가가 클 것이라 경고한다. 대중국 경쟁을 보자. 미국은 동맹이 많고, 인접국과의 분쟁은 적다. 반면 중국은 동맹은 적고, 영토 분쟁 지역이 많다. 또 규칙과 제도를 통제하면서 미국은 (규칙과 제도)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치고, 가장 큰 혜택을 본다.

이 같은 논쟁에서는 대통령의 대외정책 판단 기준으로서 개인 스타일의 적절성에 대한 의문이 커진다. 2016년 8월, 국가안보 공무원이었던 공화당원 50명이 공동성명을 통해 트럼프의 성격이 대통령직에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서명자들은 대부분 정부에서 퇴출됐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옳았을까?

지도자로서 트럼프는 똑똑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의 성격은 루즈벨트나 아버지 부시를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한 정서적, 맥락적 지성의 척도에서는 안 좋은 편에 속한다. 그의 책 ‘거래의 기술’을 함께 쓴 토니 슈워츠는 “트럼프의 자존감은 끝없이 위협당한다. 그는 공격당했다고 느끼면 충동적, 방어적으로 반응하며 팩트를 벗어난 말로 자기합리화를 하고, 타인에게 비난을 돌린다”고 한다. 슈워츠는 트럼프가 이러는 이유가 “끝없이 요구하고, 까다롭고, 의욕과다였던” 아버지에게 있다고 본다. “지배되거나, 굴복하거나 양자택일이다. 공포에 이용당하거나, 굴복한다. 트럼프는 그의 형이 공포에 굴복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트럼프가 “타인과 감정이나 관심을 소통하지 않고”, “팩트는 트럼프가 인정해야 팩트가 된다” 고 봤다.

슈워츠의 말이 맞는 지와는 별개로, 트럼프의 자아와 정서적 욕구가 그와 다른 정상과의 관계의 색깔을 정하고, 세계적 사건을 보는 그의 관점을 정하는 것 같을 때가 많다. 거친 이미지가 진실보다 중요하다. 언론인 밥 우드워드는 트럼프의 여성에 대한 잘못된 행동을 알게 된 친구에게 트럼프는 “공포가 진짜 힘이다. 계속 부정하고, 여자에게 강요해라. 과실을 인정하면 죽은 목숨이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괴팍한 성격은 맥락적으로 파악하는 사고를 제한한다. 그는 경험도 없고, 부족한 지식을 채우려는 노력도 없다. 그와 가까운 사람들은 그가 글을 안 읽고, 브리핑 메모는 최대한 짧게 하도록 강조하며, TV 뉴스에 의존한다고 전한다. 나아가 러시아의 푸틴이나 북한 김정은 등 노련한 독재자와의 회담 전 참모진 준비 과정에 무심하다고 한다. 트럼프의 파격적 방식이 그저 대통령의 전통적 의례를 깨는 정도라면 이런 비판이 과하다거나, 진부한 외교적 관점이라는 반론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대충 하다 보니 결과가 좋지 않다. 그는 중요한 것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한 반면, 변화를 강요하며 체제와 동맹을 흔들었다. 트럼프의 수사학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경시한다. 트럼프는 레이건의 수사학을 빌려 미국을 언덕 위 도시, 다른 나라들을 위한 등대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언론 사법부 소수자에 대한 그의 행동은 미국 민주주의를 퇴색시키는 약점이다. 국제 설문결과는 그가 대통령이 된 후 미국의 소프트파워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 가치의 매력에 대한 비판자와 지지자의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공정한 분석가는 트럼프 개인의 정서적 욕구 때문에 목표 이행 과정이 편향되는 것을 용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와 푸틴, 김정은 간에 진행된 정상회담이 대표적이다. 그의 인식이 국제적으로 힘의 분산이 진행되고 있는 금세기 미국이 당면한 위협을 이해하는 데 적절했냐는 의문이 생긴다. 긴장이 고조되는 2019년은 트럼프의 고비가 될 것이 자명하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ㆍ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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