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싸는 기성용… 끝내 이루지 못한 아시아 정상의 꿈

입력
2019.01.20 16:23
수정
2019.01.20 21:5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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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왼쪽) 7일 오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C조 1차전에서 필리핀을 상대로 드리블하고 있다. 두바이=연합뉴스
기성용(왼쪽) 7일 오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C조 1차전에서 필리핀을 상대로 드리블하고 있다. 두바이=연합뉴스

기성용(30ㆍ뉴캐슬)이 선수로서 마지막으로 참가한 아시안컵에서 끝나 우승의 한을 풀지 못한 채 짐을 쌌다. 지난 7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C조 1차전에서 허벅지 부상을 당한 뒤 두 경기를 쉰 기성용은 22일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릴 바레인과 16강전에 출격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부상 회복이 더뎌 결국 영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59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을 노리는 한국 대표팀엔 큰 악재다.

대한축구협회는 20일 “기성용이 훈련 중 통증을 느껴 다시 검사를 진행한 결과 부상 부위 회복이 더딘 것으로 드러났다”며 “대회 종료까지 경기를 뛸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 돼 21일 오전 소속팀으로 복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9월 요르단과 친선경기를 통해 A매치에 데뷔한 뒤 10여년 간 110경기에서 10골을 기록한 기성용은 이번 대회를 조기에 마무리하며 사실상 대표팀 은퇴 수순을 밟게 됐다.

기성용에게 아시안컵은 아쉬움이 큰 대회로 기억된다. 앞선 두 대회에선 매번 손에 잡힐 듯 했던 우승컵을 눈 앞에서 허망하게 놓쳤다. 그의 첫 아시안컵이던 2011년 카타르 대회 땐 4강에서 숙적 일본에 발목 잡혀 결승행이 좌절됐다. 4년전 호주대회 아쉬움은 더 짙다. 전반 45분 자신이 놓친 마시모 루옹고(27ㆍ퀸즈파크레인저스)에 선제골을 내주었고, 겨우 연장전에 돌입했으나 호주의 제임스 트로이시(31ㆍ멜버른 빅토리)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기성용(왼쪽)이 지난 2015년 1월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호주에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시드니=연합뉴스
기성용(왼쪽)이 지난 2015년 1월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호주에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시드니=연합뉴스
기성용(오른쪽)이 지난 2011년 1월 카타르 도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4강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페널티 킥을 성공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기성용(오른쪽)이 지난 2011년 1월 카타르 도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4강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페널티 킥을 성공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기성용은 그래서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를 악물었다. ‘선수 기성용’으로 아시안컵 우승 과제를 풀어낼 마지막 기회란 판단에서다. 지난해 러시아월드컵을 마친 뒤 대표팀 은퇴 뜻을 밝혔던 기성용은 월드컵 직후 새로 부임한 파울루 벤투(50) 감독과 면담 끝에 생각을 바꾸고 함께 아시안컵을 준비해왔다. 이번 대회를 마치면 벤투 감독으로서도 소속팀 경기에 집중하고 싶어하는 기성용 뜻을 뒤집을 명분이 마땅찮아 기성용이 다시 대표팀에 돌아올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가 많다.

기성용 부친인 기영옥 광주FC 단장은 최근 통화에서 아들이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할지는 벤투 감독과 의논해야 할 일이라고 전하면서도 “(기)성용이에게 아시안컵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했다. 기 단장은 “아시안컵에서 동메달(2011년)과 은메달(2015년)만 하나씩 가져온 아들이 이번 대회에서 꼭 우승하겠단 의지가 강했다”고 했지만, 결국 ‘금메달 수집’까진 이뤄내지 못한 셈이다.

기성용이 18일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 NAS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두바이=뉴스1
기성용이 18일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 NAS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두바이=뉴스1

기성용 본인에게도 큰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기성용은 19일 AFC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한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를 통해 무엇인가를 얻고 싶다”며 우승 의지를 내비치면서 “지난 대회 결승전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진 않다”고 다짐한 바 있다. 벤투 감독은 21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기성용의 소속팀 복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두바이=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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