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2019년 대한민국

입력
2019.01.21 04:40
31면

5년 임기의 어느 대통령에게 북핵, 정치, 경제, 외교 등 모든 사회적 현안에 대해 성공적인 업적을 남기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마찬가지로 5년 임기의 어느 정부가 대한민국 사회를 전면적으로 개조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한다면 이 또한 과한 욕심이다. 주권자로서 국민은 그와 같은 허황된 약속을 믿고 섣부른 기대를 하기보다는 더욱 경계하고 일상의 내실을 다져야한다.

임기 시작 20개월을 지난 지금의 정부의 성과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평가가 가능할 것이나 대체적인 흐름은 부정적인 평가가 앞서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부분이 북한과의 관계개선, 북핵문제의 해결이라고 할 것인데, 앞으로의 전망이 그렇게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국민들이 진심으로 원했던 바는 북핵의 불가역적이고 검증가능한 폐기를 전제로 북한과의 관계개선이 이루어지고, 그 토대 위에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것이었을 것이다. 국제 정치질서에 있어서 매우 예외적인 김정은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의 조합이 어쩌면 기적적으로 이 모든 것을 이루어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지금까지 진행되는 사태의 추이를 보면 그와 같은 기대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이었다. 북한은 처음부터 기존의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었다. 미국 대통령에게는 북한 핵으로부터 미국 본토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일 뿐이고, 더 이상 동북아시아의 정의로운 경찰 역할을 자임하거나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자국민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대통령은 어떤 역할과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지금의 흐름이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북한의 향후 핵무기 개발 중단, ICBM 폐기에 대한 대가로 북한 체제보장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주한미군의 철수와 한미동맹의 약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어쩌면 대한민국은 동맹으로서 미국을 상실한 상태에서 핵을 보유한 북한을 상대해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인데, 5년마다 바뀌는 정부가 언제나 지금과 같이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지 않겠는가.

경제문제는 어떤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하기 힘들다.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처음부터 이론적으로 성립되기 어려운 것이었고 여러 부작용을 만들어내고 결국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최근 혁신성장에 방점을 둔 정책기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제조업 경기의 전반적인 부진,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의 방향설정의 어려움 등 대한민국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결코 녹록치 않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가장 뛰어난 전문가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부존자원이 사실상 전무한 대한민국이 지금의 선진국 반열에 들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원천은 결국 뛰어난 인적 자원이다. 개인으로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자질과 능력이 각 전문가 그룹에서 최선으로 발휘될 수 있어야 하고, 그 중 가장 우수한 전문가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책임 있는 의사결정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정파를 따지지 않고 널리 인재를 구하고 등용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필요한 일이다.

어려서 교과서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일들이 있었던 해의 연도는 자연스럽게 외워지고는 했던 기억이 있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역사에 있어서 2019년이 그와 비슷한 의미를 갖는 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디 그 역사적 의미가 대체로 긍정적인 것이기를 소망한다.

허성욱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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