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숲 속 오두막’을 꿈꾸잖아요”

입력
2019.01.20 16: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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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3대 건축회사 간삼건축은 왜 이동형 소형주택을 만들었을까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태봉산 자락 숲 속에 들어선 오두막은 기존 이동식 소형 주택과 달리 출입문과 창문을 크게 내어 채광과 시야를 모두 확보했다. 간삼생활디자인 제공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태봉산 자락 숲 속에 들어선 오두막은 기존 이동식 소형 주택과 달리 출입문과 창문을 크게 내어 채광과 시야를 모두 확보했다. 간삼생활디자인 제공

경기 성남시 태봉산 자락 숲 속에 작은 오두막이 최근 생겼다. 가로 6.6m, 세로 3m의 직사각형 바닥에 높이 3.8m의 뾰족한 박공 지붕이 얹어진 단출한 1층 건물이다. 카키색으로 간결하고 깔끔하다. 전면 중앙의 유리문과 측면의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아름다운 숲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오두막은 국내 3대 건축회사인 간삼건축이 지은 19.8㎡(6평)짜리 ODM(Off-site Domicile Module)이다. ODM은 공장에서 100% 제작해 운반하는 소형주택을 말한다. 국내에도 이동식 주택들이 나오긴 했지만, 건축회사가 직접 설계, 제작,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땅 위에 집을 짓는 게 아니라 집을 사서 땅 위에 올려두는 식이다. 태봉산 오두막은 지난해 10월 말 선보인 뒤 제주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태봉산 오두막(ODM NEST형)은 거실과 주방, 화장실로 이루어져 있는, 작으면서도 넉넉한 ‘타이니 하우스’다. 간삼생활디자인 제공
태봉산 오두막(ODM NEST형)은 거실과 주방, 화장실로 이루어져 있는, 작으면서도 넉넉한 ‘타이니 하우스’다. 간삼생활디자인 제공

태봉산 오두막은 작지만 알차다. 거실과 주방, 화장실, 샤워시설까지 갖췄다. 주거든 사무든 용도에 맞게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다. 주방, 화장실을 빼고 거실을 넓히는 식이다. 난방, 전기는 기본이고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도 수납형(빌트인)으로 설치돼 있다.

안락하고 쾌적한 점도 장점. 내부 벽과 마루에는 자작나무와 원목을 썼고, LED 매립등을 사용해 간접조명을 썼다. 스위치와 콘센트 하나까지도 색상과 디자인을 통일했다. 천정을 높이 올려 공기 순환이 잘 되도록 했다. 이윤수 간삼생활디자인 대표는 “기존 이동식 주택들은 잠시 머무른다는 이유로 신경을 미처 쓰지 않았던 부분이 많았다”며 “오두막은 작지만 있을 때만큼은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자재, 구조, 시스템 등에서 차별화를 뒀다”고 했다.

오두막의 외관은 나무 골조에 외장용 시멘트 보드를 붙여 완성했다. 기존 철골 구조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나고 공기 순환도 원활해 실내가 쾌적하다. 간삼생활디자인 제공
오두막의 외관은 나무 골조에 외장용 시멘트 보드를 붙여 완성했다. 기존 철골 구조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나고 공기 순환도 원활해 실내가 쾌적하다. 간삼생활디자인 제공

단열, 방풍 문제도 해결했다. 기존 이동식 주택은 컨테이너나 철골 구조를 사용해 춥고 더웠다. 창도 작았다. 오두막은 목재 구조에 시멘트 보드를 덧대 공기가 잘 순환된다. 습기도 막아준다. 온수 패널을 사용해 실내가 일정 온도로 훈훈하게 유지된다. 채광과 시야 확보를 위해 크게 낸 유리문과 창문은 이중창을 사용했다. 보안을 위해 문 앞에 셔터형 문을 설치했다. 이 문에는 타공법을 써 빛과 공기를 들인다. 이 대표는 “사소한 것에서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처럼, 오두막은 작지만 사용하는 이들이 만족하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자연에서 휴식하기에 최적의 공간으로 설계된 오두막은 제작 기간은 4주, 설치는 반나절이면 된다. 간삼생활디자인 제공
자연에서 휴식하기에 최적의 공간으로 설계된 오두막은 제작 기간은 4주, 설치는 반나절이면 된다. 간삼생활디자인 제공

거주에 필요한 것은 갖췄으나 정주(定住)하는 집은 아니다. 이 대표는 “직장이나 자녀교육 등으로 도심을 떠나지 못해도 자연 속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 하는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며 “오두막은 이들에게 ‘세컨드 하우스’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오두막은 주문하면 4주간 만들어져 하루 만에 배송되고, 반나절이면 설치가 된다.

일본 무인양품에서 설계한 초소형 이동식 주택 ‘헛(Hut)’(맨 왼쪽부터), 미국의 ‘카시타(Kasita)’, 작은 정원이 딸린 독일의 초소형 이동식 주택 단지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 각 사 홈페이지 캡처
일본 무인양품에서 설계한 초소형 이동식 주택 ‘헛(Hut)’(맨 왼쪽부터), 미국의 ‘카시타(Kasita)’, 작은 정원이 딸린 독일의 초소형 이동식 주택 단지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 각 사 홈페이지 캡처

외국에서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초소형 이동식 주택이 인기다. 일본 무인양품, 미국 카시타, 독일 클라인가르텐이 대표적이다.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서 휴식할 수 있는 대안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오두막도 그 연장선상에 서 있다. 이윤수 대표는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지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오두막은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숲 속 오두막에 살고 싶다는 꿈을 현실로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윤수 간삼생활디자인 대표가 1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태봉산에 설치된 오두막의 외피를 설명하고 있다. 타공법으로 설계된 셔터 문은 빛과 공기를 실내로 들여 쾌적하게 유지해준다.
이윤수 간삼생활디자인 대표가 1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태봉산에 설치된 오두막의 외피를 설명하고 있다. 타공법으로 설계된 셔터 문은 빛과 공기를 실내로 들여 쾌적하게 유지해준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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