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스토리] 떡잎부터 달랐던 한·중·일 최연소 프로 바둑기사는?

입력
2019.01.19 04:40
수정
2019.01.20 10:42

<45>日 나카무라 스미레 초단, 자국내 최연소 프로바둑 입단…역사 바꿔

韓 조훈현 9단, 세계 최연소 프로바둑 입단(9세 6개월)…국내외 우승컵만 160개

中 양딩신 7단, 자국내 최연소 입단도 보유…2월 ‘LG배 기왕전’서 첫 세계대회 우승 도전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장래에 크게 될 인물은 어릴 때부터 다르다는 얘기다. 이 속담은 반상(盤上)에서 또한 통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세계 바둑계에서도 떡잎부터 다른 최연소 프로바둑 기사들은 언제나 화제를 몰고 다닌다. 세계 바둑계의 중심에 선 한·중·일, 3국의 최연소 프로바둑 기사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일본 최연소 프로바둑 역사를 바꾼 나카무라 스미레 초단이 지난해 9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 내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8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전국학생바둑대회’에서 대국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일본 최연소 프로바둑 역사를 바꾼 나카무라 스미레 초단이 지난해 9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 내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8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전국학생바둑대회’에서 대국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10살 소녀인 나카무라 스미레는 이달 초 일본 최연소 프로바둑 기사로 등극,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일본기원에 따르면 나카무라는 영재특별전형으로 입단, 연수 기간을 거쳐 4월1일부터 정식 프로기사로 활동한다. 입단 예정일을 고려하면 2009년3월2일 출생한 나카무라는 10세 32일 만에 프로바둑 기사로 입문하면서 일본 바둑 역사까지 새롭게 쓰는 꼴이다. 지금까지 일본기원의 최연소 입단 기록은 후지사와 리나(21) 4단이 보유했던 11세 6개월이다. 무엇보다 나카무라 초단은 한국 유학파란 점에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부친의 영향으로 3살 때부터 바둑돌을 잡았던 나카무라 초단은 보다 좋은 환경에서 바둑 교육을 시키고 싶었던 부모의 뜻에 따라 한국의 한종진(40) 9단 문하에 입문했다. 나카무라 초단의 부친은 일본 프로바둑 기사인 나카무라 신야(45) 9단이다. 한종진 9단은 “나카무라는 처음부터 대단한 아이였다”며 “몇 년 뒤엔 여자바둑계는 물론이고 노력 여하에 따라선 남자 프로바둑 기사들까지 위협할 것”이라고 극찬했다. 바둑에 대한 나카무라 초단의 열정 역시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카무라 초단은 프로입단 확정 직후, 일본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바둑 대국에서 이기면 행복하다”면서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때 타이틀을 따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나카무라 초단은 22일 방한, 기자회견을 가진 데 이어 5년 넘게 한국 여자바둑계의 절대지존으로 군림 중인 최정(23) 9단과 기념 대국도 예정돼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 최연소(9세 6개월) 프로바둑 기사 입단 기록 보유자인 조훈현(오른쪽) 9단이 입단 당시 대국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국내는 물론 세계 최연소(9세 6개월) 프로바둑 기사 입단 기록 보유자인 조훈현(오른쪽) 9단이 입단 당시 대국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한국은 물론 세계 최연소 입단 기록은 아직까지 ‘영원한 바둑 황제’로 각인된 조훈현(66) 9단 차지다. 1962년 10월 당시 9세 6개월 만에 입단한 조훈현 9단의 기록은 57년째 유지되고 있다. 이는 조훈현 9단의 애제자이자, ‘살아있는 전설’인 이창호(44) 9단의 11세 2일 보다 2년이나 앞선 기록이다. 조훈현 9단의 가치는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의 성적에서 확인된다. 현재 국회의원 신분으로 잠시 바둑계를 떠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훈현 9단의 통산 성적은 1949승9무830패로, 역대 최다승과 역대 최다대국 기록까지 틀어쥐고 있다. 조훈현 9단의 우승트로피는 손으로 꼽기 어렵다. 조훈현 9단이 가져간 국내·외 타이틀은 모두(국내149회, 세계 11회) 160회에 달한다.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이 조훈현 9단을 두고 나왔단 우스갯소리가 틀린 얘기도 아닌 셈이다.

중국의 최연소 입단 기록 보유자는 양딩신(왼쪽) 7단이 지난해 11월 ‘제23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준결승에서 한국의 신민준 9단에게 승리, 생애 첫 세계대회 결승 진출을 확정 짓고 복기에 임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중국의 최연소 입단 기록 보유자는 양딩신(왼쪽) 7단이 지난해 11월 ‘제23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준결승에서 한국의 신민준 9단에게 승리, 생애 첫 세계대회 결승 진출을 확정 짓고 복기에 임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중국의 최연소 입단 기록 보유자는 양딩신(21) 7단이다. 1998년 10월생인 양딩신 7단은 9년9개월만에 프로 입단에 성공하면서 일찍부터 ‘천재기사’로 주목 받았다. 양딩신 7단은 특히 2012년 ‘제12회 이광배’ 타이틀을 획득하면서 자국내 최연소(13세 6개월) 우승 기록도 소유 중이다. 1월 기준 중국 랭킹 8위에 마크된 양딩신 7단은 다음 달 ‘제23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우승상금 3억원) 결승에 진출,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을 노리고 있다. 결승 상대는 세계대회 우승자이자, 한 때 자국내 1인자로 군림했던 스웨(28·중국 랭킹 5위) 9단이다. 양딩신 7단은 LG배 기왕전 4강에서 한국의 신민준 9단에게 승리한 직후 “스웨 9단은 힘과 균형감각 등을 포함해 약점이 없는 선배”라며 “개인적으로 첫 메이저 결승 진출이라 감동적이고 설레지만 중국 기사끼리의 결승인 만큼 부담 없이 두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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