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올해 역사공간 3곳 조성 예산, 128억 중 110억 목포로 갔다

입력
2019.01.18 18:34
수정
2019.01.19 08: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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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예산 입김 의심… 조카 명의 주택 3배 차익 가능

작년 8월 함께 지정된 군산ㆍ영주는 9억원씩만 할당

손혜원 더불어민주당의원의조카가 운영하는 전남 목포시 역사문화공간 내 게스트하우스 ‘창성장’의 출입문이 17일 오전 굳게 닫혀 있다. 목포=연합뉴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의원의조카가 운영하는 전남 목포시 역사문화공간 내 게스트하우스 ‘창성장’의 출입문이 17일 오전 굳게 닫혀 있다. 목포=연합뉴스

지난해 8월 선(線), 면(面) 단위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역사문화공간(역사공간)은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투기 의혹으로 논란이 된 전남 목포뿐만 아니라 전북 군산, 경북 영주에도 있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3개 등록문화재의 기반 조성을 위해 마련한 올해 예산 가운데 약 90%가 목포에 집중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문화재청의 ‘2019년도 문화재관리 재정현황’에 따르면, 올해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과 군산 내항역사문화공간, 영주 근대역사문화거리에 집행될 예정인 예산은 총 128억2,000만원이다. 이 중 86%가 목포에 편중돼 있다. 목포 역사공간에는 올해 110억2,000만원(국비ㆍ지방비 각각 50%)이 배정된 반면, 군산과 영주에는 9억원씩만 할당됐다.

역사공간 면적으로 따지면 목포는 11만4,038㎡이고, 등록문화재를 ‘공간’이 아닌 ‘거리’로 묶은 영주는 2만6,377㎡이다. 군산은 면적이 15만2,476㎡에 달하지만, 목포보다 국유지 비율이 높다. 그럼에도 지역 간 예산 차가 12배가 넘는다는 점, 손 의원이 지난해부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아 예산 편성 과정에 개입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은 의심을 부르는 대목이다. 손 의원은 “목포 같은 데 근대문화재 (가치가 있는) 목조 주택이 그대로 (방치돼)있다”(2017년 11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위 예산안 심의 때), “근대문화유산 보존과 활용을 위해 대책을 세우라”(지난해 김종진 당시 문화재청장에게) 등 정부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을 해 왔다.

정부가 역사공간 인근 건축물 매입 예산을 목포에만 책정한 것을 놓고도 의혹이 제기된다. 목포에 배정된 110억2,000만원 가운데 45억2,000만원은 ‘역사공간 근대건축자산 16개소 매입’ 항목 예산이다. 역사공간 인근의 빈 건물을 정부가 구입해 박물관 등을 세워 지역활성화를 유도한다는 명목이다. 그러나 군산과 영주엔 같은 항목의 예산이 돌아가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목포 건물 구입 계획과 관련 “문화재로 등록됐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역사공간 안팎에 있다면 매입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어느 건물을 매입할지는 확정하지 않은 단계”라고 했다. 손 의원이 남편과 조카들, 보좌관 가족 등 이름으로 사들인 건물들이 정부 매입 대상이 된다면 상당한 시세 차액이 발생한다. 45억2,000만원을 전부 투입할 경우 건축물 1채 당 평균 매입가는 2억8,250만원(45억2,000만원÷16개소)이 된다. 손 의원 조카가 2017년 구입한 집 가격(8,700만원)의 3배에 달하는 액수다. 손 의원 측이 시장 거래로 시세 차익을 내지 않아도 정부 예산을 통해 이익을 실현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문화재청과 목포시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목포 역사공간에 5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국비ㆍ지방비 예산, 지역 개발 이익 등까지 더하면 손 의원 측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더 커질 수 있다. 문화재 지정 여부를 심의하는 문화재위원회의 한 위원은 “선ㆍ면 단위 등록문화재 지정은 학계의 오랜 염원이었다”며 “이번 논란으로 등록문화재 자체의 가치가 훼손되거나,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잇따를까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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