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판사출신 국회 전문위원 파견 중단..자문관은 그대로

입력
2019.01.17 17:53
수정
2019.01.18 18:49
8면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김주성 기자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김주성 기자

국회와 대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국회의원들의 ‘재판 청탁’ 통로로 활용된 국회 파견 판사 제도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견판사 두 자리 중 정작 재판 민원 창구였던 자문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눈 가리고 아웅 식 보완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법사위에는 전문위원과 자문관이라는 명목으로 2명의 판사 출신이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법원이 폐지 입장을 밝힌 자리는 전문위원직으로 통상 현직 판사가 법원을 퇴직한 직후 ‘전직 법관’ 신분으로 채용된다. 하지만 임기 3년을 마치면 다시 법원에 복귀하기 때문에 ‘편법 파견’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 부장판사 출신으로 국회에서 일하고 있는 강병훈 전문위원 역시 다음달 임기를 마친 후 법원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회는 개방형 공모제로 후임자를 선정 작업을 진행했고, 관행에 따라 대법원에 의해 후임자로 내정된 A부장판사가 지원서를 냈다. 하지만 국회가 최근 이런 관행을 폐지하기로 결정하고 대법원에 부장판사 공모 신청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하자, 대법원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문제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판 청탁의 창구로 활용했던 자문관에 대해서는 폐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다고 있다는 점이다. 현직 법관 보직인 국회 자문관에는 현재 서울중앙지법 소속 권혁준 판사가 작년 2월 파견돼 근무 중이고, 2년 간 근무하는 관행에 따라 다음달 연장 발령이 날 예정이었다.

법안 조사나 심의 등 역할이 명확한 전문위원과 달리, 자문관은 법원과 국회 사이의 연락 업무나 민원 접수를 주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 의원 지인 사건에서도 민원을 받은 파견 판사는 사법행정 실무 총책임자인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국회의원의 민원 사항을 자세히 보고하기도 했다. 파견 판사 제도를 폐지한다면서 자문관을 그대로 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는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자문관 자리는 법원뿐 아니라 정부 부처간 인력 교류 차원에서 이뤄지는 유기적인 구조가 있어 종합적인 판단을 한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역시 “추후 국회와 협의해 유지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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