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광특수 알고보니 '속 빈 강정'

입력
2019.01.17 17:30
수정
2019.01.17 23:2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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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일본의 유명 관광도시인 교토 시내 버스정류장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서 있다. 교토=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림1 일본의 유명 관광도시인 교토 시내 버스정류장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서 있다. 교토=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정부가 밑지는 관광특수로 고민에 빠졌다. 대대적 홍보로 외국인 관광객은 급증했지만, 정작 관광객 1인당 일본에 떨어뜨리는 돈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내건 도쿄(東京)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관광객 4,000만명ㆍ소비액 8조엔(약 82조원)’ 목표가 관광객 규모만 달성하는 반쪽 목표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6일 발표된 관광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8.7% 증가한 3,119만2,000명, 이들의 소비액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4조5,000억엔(약 46조원)으로 각각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바타 히로시(田端浩) 관광청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2020년 목표) 4,000만명도 시야에 들어왔다”고 강조하면서도 “관광객 소비액은 부진한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단순 계산으로 ‘외국인 관광객 4,000만명ㆍ총 소비액 8조엔’ 달성을 위해선 1인당 소비액을 20만엔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나 관광객 1인당 소비액은 중국 관광객들의 ‘바쿠가이(爆買いㆍ싹쓸이 쇼핑)’가 유행했던 2015년 17만6,168엔을 기록한 후 3년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해부터 조사 방식을 바꿔 단순 비교가 어렵다고 해도 관광객 1인당 소비액은 2017년보다 줄어든 15만2,954엔에 머물렀다. 소비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크루즈 여행객이 증가하고 방문자는 많아도 1인당 소비액은 낮은 국가들의 비중이 커진 탓이다.

연도별 일본 방문 외국인 관광객ㆍ1인당 소비액. 그래픽=박구원 기자/2019-01-17(한국일보)
연도별 일본 방문 외국인 관광객ㆍ1인당 소비액. 그래픽=박구원 기자/2019-01-17(한국일보)

실제로 지난해 국적별 외국인 관광객 수에선 한국이 753만명, 대만은 449만명으로 중국(838만명) 다음으로 많았다. 그러나 1인당 소비액은 한국 7만7,559엔, 대만 12만8,069엔으로 평균치인 15만2,954엔에 못 미친다. 중국은 22만3,640엔이었다. 일본 정부는 1인당 소비액이 많은 호주(24만2,050엔), 스페인(23만6,996엔), 이탈리아(22만4,268엔) 등 유럽과 영미권 관광객 유치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장거리 여행객인 만큼 일본 체류기간이 평균 2주 정도로 길어 소비액도 많기 때문이다. 한국과 대만 관광객의 체류기간은 각각 4.3일, 6.8일에 불과하다.

그러나 소비액 증가를 위해선 대도시와 유명 관광지에 집중된 인프라를 지방에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야자키 도시야(宮崎俊哉) 미쓰비시(三菱)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마이니치(每日)신문에 “2015년 이후 소비액이 하락하고 있어 8조엔 달성은 불가능하다”며 “지방에 관광 인프라를 충실히 갖춰 부유층 관광객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관광객 급증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오사카부와 도쿄도의 객실 가동률은 각각 82.5%와 81.9%였다. 일본에선 객실 가동률이 80%를 넘으면 만실인 경우가 많아 예약하기 힘든 상태로, 국내 출장이 빈번한 사업자들이 숙소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엔 ‘관광공해’라는 표현이 생길 만큼 주민에 불편을 끼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교토와 가마쿠라(鎌倉)에선 성수기가 아니어도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전철과 버스가 혼잡해 주민들의 통근과 통학에 지장을 주고 있다. 부족한 숙소 해결을 위한 민박도 이용객들의 소음과 쓰레기 처리 등을 둘러싸고 주민들과 갈등을 겪는 경우도 빈발하고 있다. 이에 관광청은 지난해 10월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실시했고 전문가회의를 거쳐 정책 제언에 나설 계획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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