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고위급 회담 앞두고 통전부ㆍCIA 전면에… 비핵화 합의 진통 예고

입력
2019.01.17 19:00
수정
2019.01.17 19:35
6면
김영철(붉은 원 속)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 등 논의차 미국 워싱턴에 가기 위해 17일 낮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한 뒤 전용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철(붉은 원 속)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 등 논의차 미국 워싱턴에 가기 위해 17일 낮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한 뒤 전용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연합뉴스

3개월여 만에 재개될 북미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북측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대표로 한 통전부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비핵화 등 북미 회담 의제를 담당하는 외무성 라인 움직임이 잠잠한 것과 대조된다. 북미 간 살아 난 대화 불씨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관련 합의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17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도착할 예정인 김 부위원장은 이번 방미 기간 동안 통전부 최고 실세인 김성혜 통일전선책략실장의 보좌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날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했을 때 김 실장과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되면서다. 지난해 6ㆍ12 북미 정상회담 전 고위급 회담 때처럼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장 직무대행도 김 부위원장과 동행했으나 직급이 낮아 이번 방미 대표단은 사실상 통전부 중심으로 꾸려졌다고 볼 수 있다.

김 부위원장은 워싱턴에서도 정보라인을 접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국무부는 김 부위원장이 베이징에 모습을 드러낸 이날 낮까지도 “발표할 회담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김 위원장은 워싱턴 도착 직후 지나 해스펠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앞서 해스펠 국장을 먼저 만난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회담을 통전부와 CIA 라인이 주도해 마련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처럼 통전부와 CIA의 움직임만 두드러지는 것을 두고 북미 대화가 순조롭지 않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외교가에서는 나오고 있다. 통전부는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산하 대남 전략 핵심기구로,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는 주로 회담 장소, 시기 등 실행 계획만 조율해 왔다. 의제 실무 협상은 외무성 몫이다. 실제로 1차 정상회담 전에도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성 김 주필리핀 미 대사가 판문점에서 비핵화 및 평화구축 의제 협상을 벌였다.

정보라인이 지난해 12월부터 판문점에서 극비 접촉해 의제 조율에 착수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외교 소식통은 “영변 핵시설 사찰ㆍ검증 등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보상을 논의할 단계에서 CIA와 통전부가 외교라인을 대체해 협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측 협상 실무를 맡은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차관보급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사실상 전권을 부여 받은 인물이어서 설령 북한 통전부가 외무성 대신 비핵화 협상에 나선다 해도 급이 맞는 인사를 찾는 것부터 난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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