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시장 뒤로 엇갈리는 ‘브렉시트 쇼크’ 전망

입력
2019.01.17 16:5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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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카니(왼쪽) 영란은행 총재와 영화 '빅 쇼트'의 주인공 스티브 아이스먼.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ㆍ유튜브 캡처
마크 카니(왼쪽) 영란은행 총재와 영화 '빅 쇼트'의 주인공 스티브 아이스먼.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ㆍ유튜브 캡처

15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조건 합의안이 영국 의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되고, 다음날 테리사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이어지는 일대 혼란 와중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은 의외로 담담한 모습이다. 지난 이틀간 영국 파운드화는 파운드당 1.28달러 후반대를 변화 없이 유지했다. EU와의 기존 교역관계가 무효화되는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 같은 극단적 상황은 없을 거란 낙관론이 아직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낙관론의 대표 주자는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다. 그는 16일(현지시간) 영국 하원 재무위원회에 출석해 “하락하던 파운드화 가치가 의회 투표 직후 반등했다”며 “투자자들은 브렉시트가 (발효일인) 3월 (29일)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고, ‘노 딜’의 가능성도 낮아질 거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기 시장 변동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영국 금융시장은 강도 높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노 딜 브렉시트 같은) 충격에도 견딜 만큼 회복력이 있다”는 의견도 밝혔다.

카니 총재와 입장을 같이 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AXA자산운용의 선임 경제분석가 데이비드 페이지는 “가장 유력한 방안은 의회가 동의할 새 합의안을 만드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브렉시트에 대한 중도적 입장이 강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심지어 브렉시트 취소 가능성도 제기했다. 골드만삭스의 유럽 경제분석가 에이드리언 폴은 이날 연구보고서에서 “더 온건하고 늦은 브렉시트, 나아가서는 브렉시트 취소까지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표 주자는 유명 투자자 스티브 아이스먼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를 예측한 인물로, 영화 ‘빅 쇼트’의 실제 주인공 중 한 명인 그는 자신이 영국의 3개 은행 주가 하락을 예상해 공매도를 걸고 있으며 “어떤 형태든 브렉시트로 영국 금융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영국 BBC 라디오에 출연한 아이스먼은 “나의 기본적 투자 가설은 사람들이 끔찍한 위험에 직면해도 그 위험을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라며 “그 누구도 브렉시트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명확히 모르지만, 분명한 건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이고 은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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