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영토분쟁] 두 강이 만나 만들어낸 하중도 누구의 땅인가

입력
2019.01.18 17:00
수정
2019.01.18 21:26
20면
우루과이 강과 콰라이 강이 만나면서 생겨난 브라질리언 섬. 구글이미지 캡처
우루과이 강과 콰라이 강이 만나면서 생겨난 브라질리언 섬. 구글이미지 캡처

강은 유속이 느려지면 운반하던 퇴적물을 강 바닥에 쌓아 올린다. 차곡차곡 쌓인 흙과 모래가 수면 위로 솟아 섬 형태가 되면 그것을 ‘하중도(河中島)’라고 부른다. 남미 대륙의 브라질리언 섬도 우루과이 강이 만들어낸 하중도의 한 예다. 브라질과 우루과이 국경을 이루는 콰라이 강이 우루과이 강과 만나 강물의 속도를 늦춘 결과다. 이 섬의 영유권을 두고 브라질과 우루과이가 다투고 있다.

어려운 건 양국이 영유권을 내세우는 이유가 제법 그럴 듯 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영토분쟁은 제국주의 시기 소유권 이양 과정에서 비롯되지만, 브라질리언 섬은 강이라는 지리적 요인과 관계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는 대개 국경에 강이 흐르면 강 중간을 경계로 삼는데, 브라질리언 섬은 우루과이 강이 섬 전체를 감싸고 있다. 섬 북쪽에 흐르는 우루과이 강을 국경으로 보면 소유권이 우루과이에게 돌아가는 반면, 남쪽을 기준으로 하면 브라질에 귀속되는 것이다.

역사적인 배경이나 과거 체결된 국제조약 등 근거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섬 주인을 정하기는 더욱 까다롭다. 양국 모두 강에 대한 국제기준을 가지고 ‘내 땅’이라고 우기고 있어서다. 브라질 정부는 이 섬이 브라질 남부 ‘리오그란데 도 술’ 주(州)의 ‘바라 두 콰라이 시(市)’ 자치권 안에 속해 있다는 입장이고, 우루과이는 우루과이 북부 도시 아르티가스에 딸린 ‘벨라 유니온 시’ 일부라고 설명한다. 또 섬의 명칭을 두고도 포르투갈어를 쓰는 브라질은 ‘브라실레라 섬’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우루과이는 ‘브라실레이라 섬’이라고 비슷한 듯 다른 이름을 붙여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불과 몇 해 전까지 사람이 거주하던 브라질리언 섬은 이제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가 됐다. 1964년부터 2011년까지는 호세 호르헤 다니엘이라는 브라질 농부가 이곳에 살았지만, 그가 건강상의 이유로 이주해 나가고부터는 인적이 드물어졌다. 간혹 브라질 대학 소속 학자들이 야생동물 탐사 등의 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거주자는 없는 셈이다. 이런 섬의 분위기만큼이나, 양국 간 분쟁도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오래 지속된 영유권 다툼이지만, 어느 쪽도 먼저 군대를 주둔시키는 식의 행동을 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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