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부르는 어린이 뷰티 영상물

입력
2019.01.18 09:47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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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여러분, 피부 좋아지는 꿀팁 알려드릴게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미용 영상물이 인기를 끌면서 관련 영상을 만드는 창작자들이 늘고 있다. 주로 어린이가 직접 화장품을 소개하면서 화장 방법을 알려주거나 어른이 진행하는 영상물에 모델로 출연한다. 일부 영상물 제작자는 구독자가 10만 명을 넘을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린이 미용 영상들이 인기를 끄는 비결은 눈높이에 맞춘 독특한 제작 방식 덕분이다. 즉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에 맞춰 화장 또한 일종의 놀이처럼 접근했다.

그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어린이 대상의 미용 영상물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어른들의 화장 문화를 그대로 답습한 내용을 통해 어려서부터 외모에 지나친 관심을 쏟게 만든다는 우려다. 또 일부는 아이를 앞세워 홈쇼핑 방송처럼 노골적인 제품 홍보까지 하고 있다.

12세 어린이 영상 창작자인 김수아(가명) 양은 유튜브에 화장 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있다. 그는 ‘뷰티쇼’로 불리는 이 영상물에 짙은 화장을 한 채로 나와 어린이 화장품을 일일이 소개하며 피부 좋아지는 꿀팁, 아이돌 화장 따라하기, 화장 대결 등을 다룬다. 뿐만 아니라 또래 친구들까지 영상에 출연시켜 화장품을 평가 한다. 마치 어른들이 진행하는 미용 방송과 흡사하다. 그의 유튜브 영상은 약 35만 명이 구독하고 있다.

“화장의 기본은 파운데이션이죠.” 8세 여아가 김 양의 뷰티쇼에 출연해 한 말이다. 그는 초등학교를 갓 입학한 아이지만 각종 화장품들이 낯설지 않다. 김 양의 질문에 눈 화장용 마스카라부터 얼굴의 입체 효과를 내는 하이라이터 사용법까지 술술 이야기 한다. 영상에 나온 아이들은 어린이용, 성인용 화장품을 가리지 않고 사용했다.

“여러분 이건 진짜 한 번 사서 써보세요. 너~무 좋아요.” 올해 10세된 이서연(가명)양은 어린이 화장품을 다룬 영상으로만 유튜브에서 23만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그는 영상 속에서 업체로부터 협찬을 받은 화장품들을 비교해 사용해 본 뒤 마치 홈쇼핑 방송의 진행자처럼 과장된 반응을 보였다. “어떤 색인지 보려고 일부러 진하게 발랐는데, 우와~ 이런 느낌이에요 여러분.” 이후 해당 제품의 추첨 행사를 알리는 내용이 소개됐다. 사실상 아이를 앞세운 쇼핑 영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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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화장 관련 영상물이 늘어나면서 공교롭게 어린이 화장품 판매도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2018년 1~11월 어린이 화장품 매출은 전년보다 363% 증가했다. 구독자 145만 명을 보유한 어린이 미용 영상을 제작하는 한 성인 창작자는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장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문제는 어린이 창작자가 만드는 일부 미용 영상물이 지나치게 성인 문화를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영상들이 아이들의 관심을 지나치게 외모 위주로 치우치게 만들며 과도하게 상업성을 부각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사라 세종사이버대학 아동학과 교수는 “영상을 보고 어린이들이 화장에 지나치게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문제”라며 “화장 영상물에 계속 노출되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 형성되는 가치관과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영상물은 외모 대결을 부추기는 내용으로 성 차별적 요소를 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영상에서 초등학생 두 명이 화장을 한 뒤 이용자들에게 누가 더 예쁜지 평가를 받는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여자아이가 남성의 ‘합격 승인’이 떨어질 때까지 화장을 고치고 옷을 갈아입는 일을 반복한다. 이용자 홍 모씨는 “어린이들의 화장이 타인을 만족시키기 위한 도구로 소비되는 것 같아 불편했다”며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영상을 제작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관련 영상물을 만드는 일부 제작자들에게 의견을 물었으나 답을 하지 않았다. 백종화 이화여대 아동학과 겸임교수는 “외모 대결이나 외모 평가를 하는 내용은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며 “건강한 내용물이 나올 수 있도록 어른들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수현 인턴기자

전근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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