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플랫폼경제’의 두 얼굴

입력
2019.01.16 18:00
수정
2019.01.16 20:3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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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경제(Platform Economy)’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때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 혼란을 준다. 플랫폼이라는 단어의 기본 뜻은 ‘평평하게 구축된 구조물’(케임브리지 영어사전) 정도였을 것이다. 그게 ‘열차 정거장’이나 ‘다이빙대’에서부터, 또는 ‘주의 주장에 관한 선언, 또는 기본 입장’ 같은 추상적 의미로까지 어의가 확장됐다. 그 과정에서 은유적으로는 ‘출발점 또는 기반’ ‘세계와 세계를 연결하는 창구’ 정도의 의미가 부가됐을 것이다.

□ 이런 의미 맥락에 따라 플랫폼경제는 인터넷 같은 디지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상품 및 서비스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거래하는 경제 활동을 일컫는 용어로 널리 쓰여 왔다. 인터넷 상에 온라인 거래 플랫폼을 구축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미국의 ‘아마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가 대표적인 플랫폼경제 선두주자라 할 수 있다. 아울러 그 플랫폼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고 소비하는 수많은 참여자와, 거기서 발생하는 막대한 부가가치 역시 플랫폼 경제의 내용이라 할 수 있다.

□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의 플랫폼은 기능과 목적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구축된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제부터 네이버, 구글 같은 포털, 좀 더 세분화한 기능을 갖는 유튜브(동영상)나 스팀(글로벌 게임 플랫폼), 알리바바(상거래)나 우버(모빌리티 공유)에 이르기까지 끝도 없을 것이다. 그 가운데 선도적 위상을 구축한 플랫폼은 승자 독식의 막대한 이익을 누리게 된다. 지금도 전 세계 기업과 국가들이 저마다 앞다퉈 플랫폼 구축 경쟁에 나서고 플랫폼경제 생태계 구축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 리커창 중국 총리가 작년 3월 제13기 인민대표대회에서 강조한 플랫폼경제는 인터넷과 모바일 상의 비즈니스 생태계를 가리켰다. 반면 우리 정부가 최근 내세우는 플랫폼경제는 각이 약간 다르다. 정부는 16일 1차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데이터ㆍAI(인공지능)ㆍ수소경제ㆍ혁신인재 양성 등 4대 플랫폼경제 패키지에 향후 5년간 약 1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 경우 정부의 플랫폼경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다양한 산업 발전에 기여할 기본 인프라로서 위의 4대 분야를 육성하겠다는 얘기다. 디지털 플랫폼이든, 미래 산업의 인프라로서의 플랫폼이든 우리에겐 모두 절실하고 시급한 도전 과제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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