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같은 비정규직 “위험도 두 배, 비용도 두 배”

입력
2019.01.16 13:59
수정
2019.01.1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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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내가 김용균입니다' 캐치프레이즈 아래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내가 김용균입니다' 캐치프레이즈 아래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하다 다쳤을 때 산업재해 보험 대신 자신의 돈으로 병원비를 내는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정규직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산재 위험은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두 배 높았다. 최근 태안화력 발전소에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 사건은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16일 이런 내용이 담긴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내놨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인권위의 연구용역을 받아 자동차, 조선, 철강, 유통, 통신 등 5개 업종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914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8~10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간접고용은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직접 채용하지 않고 다른 이에게 고용된 노동자를 이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일은 사용사업주 요구에 맞춰 하지만, 고용계약은 파견이나 용역업체와 맺는다. 용역, 파견은 물론 민간위탁, 사내하청, 하도급 등을 모두 아우르는 뜻으로 쓰인다. 이들은 비정규직이기도 하다.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간접고용 규모는 총 345만5,239명으로 짐작된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된 고용형태 공시제 자료 등을 활용해 추산했다. 2017년 기준 전체 임금노동자가 1,988만인 걸 감안하면 간접고용 노동자가 대략 10명 중 2명(17.4%)꼴이란 얘기다. 이마저도 보수적인 추산이다. 간접고용에 대한 정의가 나라마다 달라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우리나라의 간접고용 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라는 게 비정규노동센터의 설명이다. 미국은 10.1%, 영국과 일본은 최근 증가세를 보인다 해도 각각 3%와 2.5% 수준에 불과하다.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역시 열악했다. 2017년 기준 1년간 업무 중 다친 경험은 간접고용 노동자(38%)가 정규직 노동자(21%)에 비해 두 배 정도 많았다. 하지만 산재보험으로 치료한 비중은 정규직은 66%나 되는 반편, 간접고용 노동자는 절반 수준인 34.4%에 그쳤다. 산재 보험 대신 제 돈으로 치료비를 낸 경우는 거꾸로 간접고용 노동자(38%)가 정규직(18.3%)의 두 배였다.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

한마디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하지 않은 위험한 일을 두 배 더 떠맡으면서도 정작 다쳤을 땐 회사로부터 외면당한다는 의미다. ‘위험도 두 배, 비용도 두 배’라는 이중부담을 진 셈이다.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는 “현재의 기간제법과 파견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차별처우 금지제도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동등처우를 보장하는 법제도 정비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날 발표된 실태조사 결과와 전문의 의견을 토대로 추후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제도적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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