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오! 베트남] “베트남도 이제 도요타·애플 같은 기업 가질 수 있다”

입력
2019.01.17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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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그룹 팜 녓 브엉 회장 

 우크라이나 즉석 국수로 성장 

빈그룹을 이끌고 있는 팜 녓 브엉 회장. 빈그룹 제공
빈그룹을 이끌고 있는 팜 녓 브엉 회장. 빈그룹 제공

올해 51세인 팜 녓 브엉(Pham Nhat Vuong) 빈그룹(Vingroup) 회장이 베트남 최고의 갑부, 베트남 최초 ‘세계 500대 부호’에 이름을 올린 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1993년 우크라이나에서 시작한 사업을 2010년 정리하고 베트남에 복귀한 후 급성장했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했고, 급격한 경제 성장과 함께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그의 사업은 탄력 붙기 시작했다.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이자 세계에서 베트남을 대표하는 기업을 이끌고 있지만 그에게 ‘부동산 갑부’라는 별칭이 따라 붙는 이유다.

브엉 회장이 베트남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벌이기 시작한 건 10년이 채 안됐지만, 그의 명성은 그 전부터 베트남에 익히 알려져 있었다. 1990년대 모스크바에서 유학 생활 도중 구 소련이 붕괴하자 우크라이나 하르코프로 거점을 옮긴 게 결정적 계기였다. 대학 3학년 때부터 식당과 함께 하던 방한 재킷 판매 사업이 망하면서였다. 하르코프로 옮겨 갈 당시 그의 손에는 4만달러의 ‘빚’이 들려있었다.

우크라이나로 옮겨간 그는 테크노컴(Technocom)이라는 업체를 세우고 저렴하면서도 고품질의 인스턴트 국수로 경제위기에 처한 시장을 공략했다. ‘미비나(Mivina)’라는 이름이 붙은 국수는 하르코프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확산했다. 리투아니아, 폴란드, 독일, 이스라엘 등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미비나 덕분에 테크노컴은 우크라이나 100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모국인 베트남에도 자신의 이름을 본격 알린 계기가 됐다. 브엉 회장은 지난해 현지 매체 뚜이오쩨와의 인터뷰에서 “(돈을 많이 번 탓에) 러시아 마피아 또는 마약상으로 베트남에 알려지기도 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유럽을 무대로 연간 매출이 1억달러를 넘나들 쯤 브엉 회장은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에 테크노컴을 매각했다. 이후 빈펄(Vinpearl)과 빈콤(Vincom)이라는 브랜드로 베트남의 부동산과 관광산업에 투자했고, 2011년 중남부 나짱에 빈펄 럭셔리 리조트를 시작으로 중부 다낭, 남부 섬 푸꾸억 등지에 고급 리조트들을 조성했다. 그가 시장에 내놓은 아파트 브랜드 빈홈(Vinhomes)도 탁월한 입지 선택과 단지 조성으로 분양 때마다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이 같은 빈그룹의 부동산 사업은 베트남의 주거 문화와 관광 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는 받는다. 부동산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복합쇼핑몰(빈콤몰), 대학, 병원 등 10여개의 계열사가 한데 어우러지는 신도시(빈시티)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사업영역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부동산에서 전통 소매업으로, 이후 자동차와 휴대폰 사업에 진출한 뒤 ‘제대로 된 사업 브랜드’ 구축에 골몰하고 있다. “일본의 토요타,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같은 브랜드를 베트남은 왜 못 가집니까? 지금은 가능합니다”라는 게 베트남 국민을 향한 그의 외침이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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