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기업인들에 “고용 앞장을… 정부와 어려움 돌파하자”

입력
2019.01.15 18:24
수정
2019.01.15 23:3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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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명 靑 초청 ‘기업인과의 대화’]

최태원 “실패 용납해야 혁신” 文 “R&D자금 과감히 배분”

주 52시간제ㆍ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현안 망라 주제 논의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열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열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고용과 투자는 기업의 성장과 미래동력 확보를 위한 기반이며 동시에 국가 경제와 민생에 기여하는 길”이라며 “앞으로도 일자리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고용 창출에 앞장서주실 것을 다시 한번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 대기업ㆍ중견기업인 130여명을 초청해 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우리 경제의 최대 당면 현안”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좋은 일자리, 둘째, 상생과 협력”이라며 “기업에 당부드린다. 다시 한번 투자와 혁신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기업들의 과제는 우선 ‘기업이 성공하는 것’이다. 그것이 나라가 부강하게 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며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협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올해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언급하면서 “기업과 정부가 함께 노력해 어려움을 돌파하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모두발언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전체 수출의 80%를 담당하며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주신 데 대해 치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대기업에 ‘치하’라는 표현을 쓴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어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한국경제의 큰 흐름과 전환을 이끌어 왔다”고 강조하면서 기업들의 ‘기살리기’에 힘을 쏟았다.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서는 대ㆍ중견기업의 고용과 투자가 필수적이며, 이를 끌어내려면 정부도 적절한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질문을 듣고 있다. 류효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질문을 듣고 있다. 류효진 기자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원전발전소 건설 재개, 주 52시간 근무, 최저임금 인상, 규제개혁 등 대한민국 경제 현안이 망라될 정도로 다양한 주제의 논의가 오갔다. 이날 기업인과의 대화는 이례적으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사회로 시작됐으며,5대 그룹 총수 가운데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회장이 발언했다.

질의 응답 시간이 되자 주요 기업 총수들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화답하는 모습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반도체 시장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을 언급하면서도 “국제 정치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시장이 축소됐다는 건 핑계일 수 있다”며 “기업은 그럴 때일수록 하강 사이클에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 게 임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대한민국 1등 기업으로서 ‘일자리 3년간 4만명’은 꼭 지키겠다”며 “그것이 기업의 의무이고, 두 아이 아버지로서 젊은이들 고민이 새롭게 다가온다”고 했다.

최태원 회장은 정부의 혁신성장 기조에 대해 “혁신성장을 위해서 기본 전제는 실패에 대한 용납”이라며 “규제완화의 기본적인 배경에 ‘실패를 해도 좋다’는 생각을 가져주셨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법들이 (입법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구상을 물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실패를 통해 축적이 이루어져야 혁신이 가능하다”며 “실패할 수 있는 과제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R&D 자금을 배분해서 실패를 통해 발전해 나갈 수 있고, 노력 끝에 그 결과가 실패한 것이라면 그 자체를 성과로 인정해주는 부분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각별히 관심 가져 주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미세먼지를 언급하면서 “앞으로 전기차와 수소차 개발에 많은 신경을 써서 미래 먹거리 개발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3일째 최악의 미세먼지가 계속되고 있다”고 언급한 문 대통령은 “수소 자동차ㆍ버스 등은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기능까지 있으니 효과적이고, 조림 협력사업 등도 좋은 대책”이라며 “미세먼지와 관련한 기업 차원의 대책이나 아이디어를 들어보고 싶다”는 했다.

정부를 향해 쓴소리도 나왔다. 손경식 CJ 회장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있고 스튜어드십 코드도 작동 중인 상황에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일부 기업이 우려하는 대목이 있다”며 “기업이 투자 확대에 매진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이종태 퍼시스 회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류효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이종태 퍼시스 회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류효진 기자

이종태 퍼시스 회장은 “기업이 규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호소하는 현재의 방식을 공무원이 규제를 왜 유지해야 하는지 입증하게 하고 이에 실패하면 폐지하게 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건의했다.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말씀하신 부분을 국정 전반에 걸쳐 모두 할 수는 없지만, 공직자가 (규제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과감하게 없애보는 시도를 해보겠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도 이 부분에 대해 정부의 노력을 강조했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현재의 규제를 “무엇은 안 되고 나머지는 다 된다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가장 먼저 질문자로 나선 황창규 KT회장은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등 데이터 활용도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언급하며,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한 규제가 지나치다는 건의를 했다. 그러자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개인정보 3법은 지난 11월에 정부ㆍ여당이 개정안을 발의해서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데, 통과가 되고 나면 규제 샌드박스와 더불어서 굉장히 가속화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반박도 있었다. 한철수 창원상의 회장은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업체와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대한 여론 수렴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현재 건설 중인 원전들도 있으니 장기적으로 전력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며 “에너지 정책 전환의 흐름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이 분야에서 기술력과 국제경쟁력이 떨어지지 않게 정부는 계속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와 맞물려 남북 경협 문제와 관련한 제안도 나왔다. 박용후 성남상의 회장은 “북한은 중국과 우호 관계가 있어 남한과 경협보다 중국 동북 3성과 경협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개성연락사무소를 적극 활용해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경협은 국제 경제 제재가 풀려야 가능한데 제재가 풀리면 북한에 대한 투자, 경제협력 등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해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창선 광주상의 회장은 최근 난항을 겪는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관심을 요청해 눈길을 끌었고, 이강신 인천상의 회장은 인천 영종도와 강화도를 잇는 ‘서해남북평화도로’가 국책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일부 중견기업인들은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문제와 관련한 속도조절을 요구했다. 그러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선을 위한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52시간 근무제의 보완책인 탄력근로 시간제를 2월 국회에서 법안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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