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미국령 버진아일랜드(1.17)

입력
2019.01.17 04:40
30면
구독
1917년 오늘 미국이 카리브해의 덴마크령 버진아일랜드를 사들였다.
1917년 오늘 미국이 카리브해의 덴마크령 버진아일랜드를 사들였다.

1917년 1월 17일, 미국이 카리브해의 덴마크령 버진아일랜드(Virgin Island)를 사들였다. 세인트 크로아(Saint Croix)와 세인트 존(John) 등 주섬과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는 워터 아일랜드 등 부속 섬 일체의 가격은 2,500만달러. 섬을 사들임으로써 미국은 이후 긴 세월 눈엣가시였던 쿠바를 위와 아래에서 견제하는 등 냉전기 중남미 ‘공작’의 값진 교두보를 얻게 됐지만, 덴마크 정부가 옛 왕실의 저 거래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는 미지수다.

다만 미국령 버진아일랜드(VI of the US) 바로 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를 17세기 이래 끈질기게 직할 섬으로 보유하고 있는 영국이 보기에 그 거래는 덴마크에 참 딱한 일인 듯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덴마크인들의 분노를 ‘관광객’의 시선으로 전하는, 그래서 더 그들의 울화를 건드렸을 수도 있을 기사를 썼다. 한마디로 그들이, 사철 눈 덮인 황량한 그린란드(덴마크령)는 가지고 있으면서 “망고와 온갖 향신료와 신선한 도미, 연중 섭씨 26도 언저리를 머무는 낙원의 카리브해 식민지”를 잃었다는 거였다.

미국이 면적 346㎢의 저 제도(諸島)에 눈독을 들인 건 링컨 정부의 남북 전쟁 때였다. 링컨과 당시 윌리엄 시워드 국무장관은 버진아일랜드를 남부 공략의 전초지 겸 석탄ㆍ군수기지로 활용하고자 했다. 덴마크는 1867년 주섬 세인트 존과 세인트 토마스를 1,000만달러, 세인트 크로이를 500만달러에 팔 의향이 있다고 밝혔고, 협상 끝에 양측은 두 주 섬을 750만달러에 거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거래는 미 상원의 거부로 불발이 됐다.

독일이 저 섬에 눈독을 들인다는 소문이 일면서 1800년대 말 또 한 차례 협상이 진행됐으나, 이번엔 1902년 덴마크 의회가 거부했다. 1차대전이 발발했고, 미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덴마크가 독일 치하 혹은 영향력하에 들기 직전이었다. 파나마운하까지 열리면서 버진아일랜드의 가치는 더 커졌다. 양측의 협상은 급물살을 타 1916년 8월 계약을 체결했고, 덴마크 국왕에 이어 우드로 윌슨 당시 대통령이 1917년 1월 17일 계약서에 서명했다.

인구 10만명 남짓의 미국령 버진아일랜드는, 조세 피난처로 악명 높은 영국령과 달리, 한 해 평균 200만명의 관광객이 들르는 관광ㆍ휴양의 섬이다. 최윤필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