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해외연수 ‘셀프 심사’ 막는다

입력
2019.01.13 17:01
수정
2019.01.13 22:0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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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군민들이 지난 11일 오전 예천읍내에서 예천군의원 전원사퇴를 촉구하며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예천군민들이 지난 11일 오전 예천읍내에서 예천군의원 전원사퇴를 촉구하며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국외 연수중 가이드를 폭행한 사건을 수사중인 경북 예천경찰서가 박종철(54) 예천군의원에 대해 상해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정부도 지방의원의 국외연수 감시강화에 나섰다.

예천경찰서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각) 캐나다 토론토에서 가이드를 폭행해 상처를 입힌 혐의(상해)로 박종철 의원을 입건, 17, 18일쯤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키로 했다. 반의사불벌죄인 폭행죄와 달리 상해죄는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다.

경찰은 그 동안 연수 참가 예천군의원과 직원 등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마쳤고, 피해 가이드는 이메일로도 사실조사를 했다. 박 의원은 11일 소환조사를 마쳤다.

신동연 예천경찰서장은 “시내버스 내부를 촬영한 폐쇄회로(CC)TV 화면이 공개돼 사실관계가 분명해진 만큼 상해혐의로 입건하는데 무리가 없다”며 “진술이 다소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이번 주 초 보강조사를 한 뒤 후반에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가이드에게 합의금조로 전달했다는 약 500만원의 현금 중 3,000달러가 공금이라는 의혹에 대해선 “조사결과 경비 지출 내역이 분명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당초 “일정 조정을 두고 의견을 나누다 손사래를 치는 과정에 가이드 얼굴이 맞았을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CCTV를 통해 허위해명임이 드러나 더 큰 비난을 초래했다. 또 권도식 의원은 가이드에게 “도우미가 있는 술집이 있느냐? 없으면 보도를 불러달라”는 등의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아 공분을 샀다.

예천군의원들에 대한 지역민들의 사퇴 여론도 비등하고 있다. 예천군의원 전원사퇴추진위원회와 예천군농민회 회원, 일반 주민 등 200여 명은 지난 11일 오전, 민주당 당원 100여 명은 12일 예천 읍내에서 예천군의원 전원사퇴 촉구 집회를 열었다.

지방의원 외유성 해외연수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자 경북도 시ㆍ군의회 의장단은 지난 9일 3박5일 일정으로 베트남 연수에 나섰다가 11일 인천공항을 통해 중도 귀국했다. 경북 23개 시ㆍ군의회 중 18개 시ㆍ군의회 의장과 수행원 22명 모두 40명이 참가했다. 연수경비는 6,000여만원으로, 계획에도 없던 한국문화원 방문 등을 급하게 추가하기도 했다.

인천 계약구의회도 지난 10일 1인당 300만원을 들여 8박9일 일정으로 호주 뉴질랜드 연수에 나섰다가 이틀만에 중도 귀국했다. 경기도의회는 이달 예정된 3개 상임위원회의 해외연수를 전격 취소하기로 했다.

행정자치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방의회의원 공무 여행 규칙’ 표준안을 전면 개선해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키로 했다.

개선안은 지방의원의 △해외연수 ‘셀프 심사’ 차단 △부당지출 환수 방안 마련 △관련 예산 공개 확대 △패널티 적용 등이 골자다.

국외여행의 심사위원장을 지방의원이 맡던 것도 민간위원이 하도록 하고, 여행계획서 제출 시한을 현행 ‘출국 15일 이전’에서 ‘출국 30일 이전’으로, 연수결과보고서뿐 아니라 계획서도 지방의회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강화했다. 부당한 공무 국외여행에 대해서는 비용을 환수토록 하고, 회기 중 공무 국외여행을 제한키로 했다.

국외 여비 편성 및 집행 과정에서 법령 위반사실이 드러날 경우 예산을 삭감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예천=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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