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복차림 운전은 불법?” 日 승려들 SNS로 항의

입력
2019.01.1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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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승려가 승복 차림으로 발등에 공을 떨어뜨리지 않은 채 줄넘기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일본의 한 승려가 승복 차림으로 발등에 공을 떨어뜨리지 않은 채 줄넘기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일본 승려들이 승복 차림으로 자유자재로 저글링 등을 하는 동영상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경찰이 승복 차림으로 운전한 승려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사건에 항의하기 위한 것으로, 승복을 입어도 활동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11일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9월 후쿠이(福井)현 경찰이 승복을 입고 운전을 하던 40대 승려에게 복장이 안전 운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6,000엔(약 6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한 것이 발단이었다. 승려는 당시 무릎 아래 발목까지 내려오는 승복 차림으로 법회에 가던 중이었다. 이에 사찰 측은 “복장을 이유로 단속하는 것은 금시초문”이라고 반발, 범칙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승려가 속한 종파에서도 “불교계에선 승복을 입고 법회에 가기 위해 운전할 기회는 일상적으로 있다”며 “종파 전체에 미칠 수 있는 문제로 경찰의 단속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최근 이 소식이 알려지자, 동료 승려들이 승복 차림이 안전 운전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기발한 동영상을 잇달아 SNS에 올리고 있다. 승복을 입은 채 저글링이나 줄넘기를 하고,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광선검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영상 등이 전파되고 있다. 이들 영상에는 ‘#승복을 입고 할 수 있는 걸’란 해시태그가 달렸다. 이에 네티즌들은 승려들의 민첩성에 환호하면서 경찰이 승복을 입은 운전자에게 범칙금을 부과하고 있는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선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도도부현(都道府縣ㆍ지방자치단체) 단위로 제정돼 있다. 옷에 대한 규정은 이번에 논란이 된 후쿠이현 등 총 15개 현에 마련돼 있다. 후쿠이현에선 도로교통법 시행세칙에 ‘나막신, 슬리퍼, 기타 운전 조작에 지장을 미칠 수 있는 우려가 있는 신발이나 옷을 착용하고 운전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승복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후쿠이현 경찰 측은 이번 적발과 관련해 △30㎝ 정도 처지는 승복의 소맷자락이 기어 시프트 레버 등에 걸릴 수 있고 △승복의 밑단이 좁아 발을 움직이기 어려워 브레이크 조작이 어려운 경우라 운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 측은 “문제는 승복을 입었다는 게 아니라 착용 방법”이라며 “소매를 걷어붙이거나 다리를 이동하기 쉽게 입으면 안전운전에 지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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