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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장애-비장애 예술가 통합극단
‘하이징스’ 대표 클레어 윌리엄스 방한
“대중매체 속 장애인 캐릭터도 다양해져요”
[저작권 한국일보] 영국 아이징스 극단 클레어 윌리엄스 대표. 홍인기 기자

어느 날 박스에서 깨어난 헝겊인형 ‘프레드’. 먹고 살아야 하니 일을 찾는데, 정작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파티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역할’ 뿐이다. 나는 아이들을 싫어하는데다, 실은 우주비행사가 꿈이라는 프레드의 말에 사람들은 코웃음을 치고 이렇게 반문한다. “넌 인형이잖아? 인형이면 당연히 아이들과 놀아주는 직업이 딱이지.”

1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이음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연극 ‘프레드’는 장애인과 소수자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편견과 차별을 익살로 응수하고 재치로 풍자한다. 정부가 주는 ‘인형 보조금’을 받고 싶으면 일과 사랑도 포기한 채 ‘아주 작은 삶’만을 유지해야 하는 프레드. 공연이 끝나고 나면 관객은 이 연극이 장애인에게 이토록 냉담한 사회에 대한 매서운 은유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게다가 공연 내내 이곳 저곳을 분주하게 옮겨 다니며 연출보조 역할을 하던 다운증후군 배우 가레스(극중 ‘마틴’)의 동선을 좇다 보면, 극의 마지막 그가 겪는 변화에 깊은 울림이 찾아온다.

영국의 장애ㆍ비장애 예술가 통합 극단인 ‘하이징스’가 주한영국문화원과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공동 주최로 열리는 ‘이음 해외 공연 쇼케이스: 영국’의 일환으로 연극 ‘프레드’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11일 공연이 끝나고 만난 하이징스의 대표 클레어 윌리엄스는 “하이징스는 영국 웨일스 지방 카디프에 위치한 극단으로 72개 도시, 18개국, 4대륙을 돌면서 최근까지 176회의 공연을 가질 정도로 활발히 활동 중”이라고 극단을 소개했다. 그는 이어 “하나의 연극을 올리는데 대략 2년이 걸리는데 장애인 배우들도 아카데미 워크숍을 통해 전문적으로 교육 받고, 철저하게 연습을 한다”면서 “장애인들이 출연하는 연극이라서 봐준다는 ‘시혜적’ 눈빛을 우리는 거부한다”고 했다. 연극에 출연하는 장애인들도 모두 ‘프로’라고 강조한 그는 “기대감을 갖고 보러 오셔도 좋다”고 관람을 권유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비장애인 아이들과 같이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도록 하는 ‘롤모델’이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각종 영화와 드라마, 공연에서 장애인을 다룬 작품과 그들이 직접 출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클레어는 강조한다. “영화 ‘레인맨’을 보세요. 할리우드만 해도 장애인은 아예 안 보이거나 혹은 자폐아=천재 같은 특정 이미지로만 소비됐어요. 하지만 장애인들 역시 다양한 결을 가진 캐릭터로 그려져야 해요. 제 꿈은 2030년에 장애인 배우가 오스카 상을 타는 것과,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연극을 보고 꿈을 심어주기를 겁내지 않는 것입니다.”

‘프레드’는 1월 11일부터 1월 13일까지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3시와 7시에 서울 종로구 이음센터 이음아트홀에서 진행된다. 한글 자막과 수화 통역이 제공되고, 장애인들의 편안한 관람을 돕는 ‘릴렉스 퍼포먼스(Relaxed Performance)’시스템의 도입으로 공연 도중 불가피한 입ㆍ퇴장 및 소리 등이 허용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드는 영국 극단 '하이징스'의 '프레드'. 주한영국문화원 제공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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